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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광석 거래 입맛대로 … 광산업체 빅3 배짱 장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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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광산업체가 40여 년간 유지된 철광석 거래 방식을 바꿀 태세다. 지금은 연간 단위로 가격을 정해 제철업체에 철광석을 공급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분기별로 계약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철광석 시세가 공급가에 더 자주 반영돼 제철업계의 원가 부담이 커지고, 제품가격도 오르게 된다. 생산의 안정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철광석 가격이 떨어지면 반대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 등의 수요 증가로 인해 철광석 가격은 계속 상승하는 추세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22일 광산업체와 일본 제철업체가 분기 단위로 공급 가격을 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보도했다. FT는 ‘아직 협상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더 이상 연간 단위 계약을 위한 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협상에는 브라질의 발레, 호주의 리오틴토와 BHP 빌리턴 등 세계 3대 광산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일본 제철업계에선 신일본제철·JFE·스미토모금속·고베제강 등이 협상 상대다. 일본 업체들은 석탄의 경우 이미 지난해보다 55% 오른 가격에 분기별 공급 계약을 했다.

한국 업체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 철강업체는 관행적으로 신일본제철과 중국 바오산철강이 구매 계약을 하면 이에 준하는 가격으로 구매 계약을 해왔다. 그러나 3대 광산업체는 국내 철강업체에도 분기별 계약을 요구해 온 상태다. FT는 유럽과 중국의 제철업체도 기존 거래 방식을 고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계약 방식이 바뀌게 되면 철광석 가격이 오를 때는 제철업체의 원가 부담이 커진다. 지난 주말 국제 철광석 가격은 t당 148달러다. 지난해 9월 80달러대에 비하면 두 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또 지난해 맺은 연간(2009년 4월~2010년 3월) 공급 가격은 t당 60달러로, 현재 시세의 절반을 밑돈다.

우리투자증권 이창목 연구위원은 “광산업체가 과점 체제를 형성하고 있어 협상력에서 제철업체들이 밀리는 분위기”라며 “큰 흐름이 바뀌어 가격이 하락하는 시기가 오면 광산업체들이 다시 연간 계약을 주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유럽 철강업체들은 유럽연합(EU)에 광산업체들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소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다만 한국 제철업체들은 일본 업체에 비해 당장은 다소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청한 포스코 관계자는 “한국과 중국 제철업체는 아직 철광석 재고가 꽤 많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 시간을 벌면서 지켜볼 수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일본은 재고가 거의 바닥을 보여가고 있는 상황이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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