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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이것이 미국 민주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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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정치 드라마였던 미국의 건강보험 개혁이 종착역에 다다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헌신적인 노력과 민주당의 의회 장악, 민주당 지도부의 열성적 지지가 뒷받침된 덕분이다. 야당인 공화당은 건보 개혁안에 반대했지만 입법 과정은 존중했다.

1912년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전 국민 건보를 공약으로 내건 이후 건보 개혁은 미 대통령들이 풀어야 할 숙제였다. 오바마는 민주당 우위의 의회 시스템을 활용해 그 숙제를 풀어냈다. 21일 밤(현지시간) 3200만 명의 미국인들에게 새로 보험 혜택을 주는 건보 개혁법안은 하원에서 찬성 219, 반대 212로 통과됐다. 공화당 의원들이 전원(178명) 반대했고, 민주당 의원 34명도 반대에 가담했다. 그만큼 민주당 내부의 반발도 만만찮았다. 오바마와 민주당 지도부는 반대하는 민주당 의원들을 일일이 설득해 개혁안 통과를 성사시켰다.

오바마는 법안 통과 직후 열린 특별회견에서 “100년에 걸친 시도와 좌절 속에서도 불신과 두려움에 지지 않고 개혁을 이뤄냈다”면서 “ 미국민의 승리이자 상식의 승리”라고 말했다.

1년여에 걸친 건보 개혁법안 통과에는 오바마의 리더십이 큰 역할을 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오바마 대통령의 끊임없는 헌신, 비전과 전략, 설득 리더십이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말했다. 상·하원을 장악한 민주당 지도부도 건보 개혁에 팔을 걷어붙였다. 민주당 내 반대 의원들을 일대일로 설득하고 위협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오바마는 “법안 통과는 펠로시 의장의 탁월한 지도력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오바마는 건보 개혁의 필요성을 전하기 위해 전국에서 9000회가 넘는 국민 참여 토론회를 열었다. 그가 직접 참가한 주민 토론회와 TV·라디오 연설도 100회를 넘었다. 휴일에도 공화당 의원들과 법안에 반대하는 민주당 의원들을 수시로 찾았다. 백악관 초대에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 원) 탑승 기회까지 제공했다. 인도네시아·호주 순방을 두 차례 연기한 채 막판까지 반대 의원들과 담판을 벌였다. 21일 오후 상황은 종료됐다. “정부의 건보 지원금이 낙태 시술에 사용돼선 안 된다”며 반대하던 민주당 의원들이 찬성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앞서 오바마는 정부 지원금의 낙태 시술 사용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이들에게 제안했다.

전원 반대한 공화당 의원들은 두 시간여에 걸친 찬반 토론에서 법안의 문제점을 비판하면서도 정해진 입법절차를 막지 않았다. 공화당 지도부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승리해 이 법을 철회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하원은 지난해 12월 상원에서 통과된 건보 개혁법안, 그리고 이를 보완한 수정안을 모두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23일 민주당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상원에서 수정안에 대한 최종 표결이 이뤄지면 입법 작업이 완료된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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