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광덕호두' 흉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호두 주산지인 충남 천안의 '광덕호두'가 올해 큰 흉작을 기록했다.

31일 광덕농협에 따르면 올 생산량은 3t으로 지난해(25t)의 12%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간 20~30t 정도 수확하던 1990년대와 비교하면 현격한 생산량 감소로, 농가 당 수입은 200만원에도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지역 전체 호두 생산량의 90%이상을 차지하는 SK임업의 경우 올해 2t 밖에 수확하지 못했다.

이같은 생산량 감소는 지난 4, 5월 잎이 나는 시기에 내린 서리로 광합성 작용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7, 8월 착과량(着果量)이 예년의 절반에도 못 미쳤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대적인 포획에도 불구, 열매가 영그는 시기에 청설모들로 인한 피해가 컸다.

흉작으로 인해 출하 가격은 지난해 이맘때 ㎏당 1만8000원에서 올해는 2만3000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에 따라 그 동안 광덕 산 호두만을 원료로 사용해 온 호두과자 업체인 T제과마저 올해부터는 외국산 호두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천안 지역 호두과자 업체들은 대부분 국내산 호두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수년전부터 북한.중국산 및 캘리포니아산 호두를 원료로 쓰고 있다.

'광덕 호두나무 살리기위원회' 유흥상 부위원장은 "작황 부진으로 광덕 호두의 명맥도 유지하기 어려운 상태"라며 "호두나무 고목을 병충해에 강한 새 묘목으로 교체하고 청설모를 잡는 효과적인 방법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한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