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클럽] 주한 일본부인 자원봉사모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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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일본과 달리 한자로 된 간판이 적어 어쩌다 눈에 띄면 너무 반가웠죠. 그런데 유심히 보면 대개 중국집이더군요. "

"일본은 한국과 운전석 위치가 반대잖아요. 택시문도 자동이고요. 아는 꼬마가 택시를 타는데 문이 자동으로 열리지 않자 택시 운전석 쪽의 문을 열고 들어간 적도 있었죠. "

지난달 18일 주한 일본부인들의 자원봉사모임인 시모쓰기가이(霜月會) 4월 모임이 열린 한국프레스센터 서울재팬클럽. 시모쓰기가이는 고아원이나 사회복지시설 등을 돕기 위해 만든 모임이지만 한국에 사는 일본 부인들에게는 생활정보를 교환하는 '나눔의 터' 이기도 하다.

1981년 11월 당시 주한 일본대사의 부인 마에다 시즈코가 대사관.상사.언론사 등에 근무하는 일본인 직원들의 부인 20여명과 함께 만들었다. '시모쓰기(霜月)' 는 발족 시기인 11월을 뜻한다. 현재 회원은 3백50여명.

모임은 크리스마스 카드나 연하장.우편엽서 등을 한국 내 일본인들에게 판매한 수익금과 기부금 및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해 왔다. 최근 전자우편이 일상화되면서 카드 판매가 어려워졌지만 회원들은 십시일반으로 정성껏 모임을 꾸려나가고 있다. 오기와라 에이코(56)회장은 봉사활동을 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낯선 땅에서 잘 지낼 수 있는 것은 한국 사람들 덕분입니다. 그런 은혜에 조금이나마 보답해야죠. "

이들이 도움을 주는 기관은 경기도 의왕시의 나환자촌인 성나자로 마을과 부용회(제 2차 세계대전 중 한국인과 결혼한 일본인 부인 모임)등 여섯곳. 이제까지는 주로 재정적인 도움을 주는데 그쳤다.

하지만 오기와라 회장은 "앞으로 성나자로 마을 등에서 세탁한 거즈를 가져다 반듯하게 접어 돌려줄 계획" 이라며 "선물도 일괄적으로 품목을 정하기보다는 한사람 한사람을 생각하면서 정성껏 마련하겠다" 고 밝혔다.

이들이 한국생활에서 가장 만족을 느끼는 것은 음식이다. 가도리 에쓰코(48)이사는 "세계 여러 나라를 다녀봤지만 이렇게 음식이 입에 맞는 나라는 처음" 이라고 말했다. 후쿠가와 노리코(43)부회장은 "한국 여자들은 피부가 좋고 몸매도 무척 아름답다" 고 부러워했다.

그러나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산 뒤 계산도 하기 전에 포장을 뜯거나, 교통신호를 위반하고 지나가며 "괜찮다" 고 말하는 택시기사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고 했다. "힘 닿는 데까지 한국의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다" 는 이들은 이번달부터는 현재의 여섯개 기관 외에 도움을 줄 만한 곳을 더 찾아나설 계획이다.

글.사진=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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