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암투병 엄마의 두 딸 키우기 방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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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1993년 가을 유방암 3기를 선고받고도 불꽃같은 열정으로 병을 이겨내고 있는 연극배우 겸 탤런트 이주실(57.사진)씨. 이혼.암투병 등 삶의 모진 굴곡 속에서도 홀로 두 딸 이도란과 단비를 키워낸 그의 절절한 사연이 시청자를 찾아간다.

참된 자녀교육법을 제시하는 EBS '우리 아이 이렇게 키웠다' (매주 화요일.저녁 7시50분)에서 8일 방송할 '고기 잡는 법을 배워라' 가 그것. 연기자의 재연과 이주실씨의 육성으로 꾸미는 다큐멘터리 드라마다.

암 선고는 이씨의 인생을 완전히 흔들어놓았다. 그 직후 이씨는 당시 고3이던 딸 도란에게 밥을 짓는 것은 물론이고 빨래와 청소까지 스스로 해결하라고 했다.

수술을 한다해도 1년밖에 못 산다는 의료진의 통보를 받은 상황이었다. 어차피 1년 뒤에 영영 헤어져야 한다면 아이들이 엄마 없이도 살 수 있도록 미리 '이별 연습' 을 해야 했다.

이 사실을 모르는 딸이 엄마에게 대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씨는 그 때를 떠올리면서 "자식을 사랑할수록 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는 게 중요하죠. 시련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힘은 부모가 얼마나 충실히 고기잡는 법을 가르쳤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라고 말했다.

결국 삼촌을 통해 엄마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두 딸을 이씨는 미국과 캐나다로 각각 유학 보냈다. 딸을 남겨둔 채 세상을 떠야 한다는 사실에 몸부림쳤던 세월…. 그러던 중 딸 도란으로부터 뜻밖의 연락이 왔다. 어머니가 펴낸 책 『이별연습』을 연극으로 만들자는 제안이었다. 96년 딸이 기획자로 나서고 엄마가 직접 연기를 한 '이별연습' 은 그렇게 무대에 올려졌다.

"언제까지 어미의 삶 속에 덩달아 발 담그고 떠내려갈테냐. 그것 때문에 어미는 언제까지 뜨거운 구슬을 꿰며 가슴 태우랴. "

이씨가 아픈 심정을 토로한 일기의 한 대목이다. 그녀가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면 할수록 딸도 엄마를 더 사랑하게 됐다. 진정한 자녀교육이란 엄마의 자기완성을 향한 노력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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