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전문 한의원 늘어… 꼬마 손님 북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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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5면

어린이에게 한의원은 병원보다도 두려운(?) 곳이다. 어른도 참기 힘든 침과 뜸이 있는가 하면 쓴 약을 사발로 먹어야 하는 괴로움을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어린이 전문 한의원이 생겨 아이들이 먹기 쉬운 한약과 침을 개발하는가 하면 예방의학 차원에서 어머니를 교육하는 등 한의학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8월 개원한 인천의 사랑이 꽃피는 한의원(http://www.kidzmedi.co.kr)은 하루종일 아이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환자 중 60~80%가 0~12세 어린이. 의원에 들어서면 비디오 영상실.놀이시설.동화책 등 아이들을 위한 시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현재 이렇게 어린이만 전문으로 보는 한의원은 수도권에만 10여곳이 개설돼 있다. 한의사 3~5명이 그룹으로 전문화한 곳도 일산의 은빛한의원, 서울 강남의 함소아한의원, 분당 함소하한의원 등 다섯 곳이며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한의원을 찾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 특별한 질환은 없지만 다른 아이보다 성장이 늦고 허약하다는 것 때문이다.

사랑이 꽃피는 한의원 이정택원장은 "한방은 넘치는 것은 덜어내고, 부족한 것은 채워주는(補) 등 예방과 건강증진의 의미가 크다" 고 말한다.

양방은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을 치료대상으로 삼는다면 한방은 신체 오장육부의 허와 실의 균형에 초점을 맞추어 치료한다는 것.

경희대한의대 한방소아과 김덕곤 교수는 "유아들은 열대사량이 어른의 네배에 달해 이를 순환시키지 않으면 병이 되는 등 아이들만의 독특한 질병 양상이 있다" 며 "성인과 다른 진단법과 처방으로 양방에서 다루기를 꺼리는 마비성 질환.자폐증.경기.아토피 등 난치병도 치료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고 말했다.

가장 흔한 허약아의 경우엔 크게 소화기.정신신경.호흡기 허약 등 다섯가지로 분류해 치료한다.

예컨대 정신신경계 허약아는 한밤 중에도 잘 깨서 울고, 신경질이 많으며, 잠이 얕은 것이 특징. 머리는 총명하지만 지구력이 떨어져 학업성적이 오르지 않는다. 이런 아이들은 마음이 여리고 담력이 떨어지므로 심담(心膽)을 보하고 기혈을 소통시키는 약을 쓴다.

한방이 아이들과 친해질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그동안 거부감을 주던 침과 제형을 어린이에게 맞게 개발했기 때문.

우선 쓴 탕약을 증류해 소아용 한약을 만들었다. 쓴 맛이 없어지고 색깔도 투명해 여기에 분유나 주스를 타 먹이도록 한 것.

침도 아이들이 겁먹지 않게 바꿨다. 피부에 20~30분씩 꽂아두던 유침(留鍼)을 개선, 스프링을 달아 빠르게 피부를 자극하는 쾌속 침법, 또 테이프 밑에 작은 침을 숨겨 환부에 붙이거나 전기 또는 레이저로 피부를 자극해 침의 효과를 내는 무통침법이 등장한 것.

함소아한의원(http://www.hamsoa.co.kr) 정현석 원장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약점을 찾아 이를 보(補)해주면 감기 같은 질환에 저항력이 높아지면서 식욕도 증가, 부진했던 성장률이 회복된다" 고 말했다.

치료비는 침.물리요법만 시행할 땐 의료보험이 적용돼 3천~4천원선. 한약의 경우 감기.비염 등 치료용은 첩당 7천~8천원, 보약은 2만~2만5천원 정도다. 아이들은 나이.체중에 따라 한첩을 여러 차례 나눠 복용한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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