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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전작권 전환 일시

연기 찬성 vs 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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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찬성

“북핵 위협받는 상황에서 한미연합사 해체는 안 돼”

2006년 8월 노무현 대통령의 정신적 사부로 알려진 송 모 신부는 방송 인터뷰에서 “작전권도 없는 나라가 부끄럽지 않으냐”면서 “당장 전작권을 회수하라”고 열변을 토했다. 이 무렵 연합사 창설을 주도했던 류병현 전 합참의장은 저서 『한미동맹과 작전통제권』에서 기왕에 잘 만들어 놓은 연합방위체제를 흔들지 말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미는 한미연합사령관이 갖고 있는 전작권을 한국군으로 넘기고 연합사를 해체키로 합의했다.

전작권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는 이처럼 여론몰이라는 포퓰리즘적 측면이 있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남에게 운명을 맡겨서야 되겠는가”라는 논리가 전파를 타면서 젊은이들은 열광했다. 그런데 2년 앞으로 다가온 지금 미국 조야에서 재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은 이를 재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전작권 전환을 추진한 주체들은 ‘군사주권 회복’ ‘대미의존 탈피 및 자주국방’ 등의 명분들을 내세웠다. 하지만 유사시 국가의 존망을 결정하는 사안에 대해 명분만을 내세우는 것은 무리가 있다.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도 유사시 미군 장성이 사령관을 맡게 되어 있지만 군사주권 논쟁이 벌어진 적은 없었다.

한국이 북한의 남침에 맞서 전쟁을 주도할 능력을 갖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경제성장에 힘입어 한국군이 일취월장하고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양국의 군사과학력이나 정보능력에선 격차가 크다. 한국군이 북한군에 비해 해군과 공군력은 우세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육군은 북한군이 양적으로 월등하다. 여기에 북한의 화생무기와 핵능력까지 감안하면 우세를 가늠하기 어렵다. 더구나 북한 핵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전작권 전환의 전제조건인 북핵 해결, 북한 위협감소 등 노무현 정부가 상정했던 예상들은 빗나가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의 동태를 살필 수 있는 전략정보의 대부분은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군은 북한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정찰위성이나 고고도 정찰기 등을 아직 보유하지 않고 있어서다. 전작권 전환의 조건 가운데 하나인 평택 미군기지도 2015∼2016년에야 완공될 전망이다.

한·미동맹의 건강성 차원에서 유사시 미국의 개입 문제도 다시 한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는 한반도 유사시 미국의 자동개입 조항을 두지 않고 있다. 현재는 미군 장성인 연합사령관이 자동개입의 보완장치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장치가 해체되면 양국의 군사적 결속력이 약화되고 군사협조가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우려된다.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려 할 때 한국 합참의장이 미국의 핵우산을 연합사령관처럼 즉시 가동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북한은 한·미가 전작권을 전환하기로 합의한 2012년을 강성대국 완성의 해로 삼고 있다. 반면 2012년은 한국·미국·러시아에서 대통령 선거가 있고 중국에서도 후진타오 주석이 교체되는 해다. 국제정치적인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런 복잡한 시기에 한·미가 전작권을 전환하는 것은 무리수가 될 수 있다. 양국의 국방 당국이 판단하기에 한계가 있다면 통수권 차원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태우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국방선진화추진위원


반대

“한·미 간 신뢰위기로 비화 전환 후 미국 지원 확고해”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과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은 2012년 4월 17일 전작권 전환 이행에 어떠한 변화도 없다는 일관된 주장을 해오고 있다. 반면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에서 전작권 전환의 적절성을 평가하고 보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월 말엔 김태영 국방장관이 “북핵 및 미사일 위협 상황에서 전작권 전환 문제를 대통령과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밝혀 지난 3년 동안 한·미가 추진해왔던 전작권 전환을 뒤엎을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한·미 간에 북핵 대비책을 완벽히 강구하면서 계획대로 전작권 전환을 이행하는 것이 복원된 한·미동맹과 한반도 평화구조 창출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전작권 전환 재협상을 제기하는 것은 여러 차원에서 예기치 않은 파장을 몰고 올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한·미 정상 간에 풀어야 할 이슈이기도 한 전작권 전환 유보를 미측에 제기했을 때 합의사항 불이행에 따른 부작용은 심각한 신뢰 문제를 야기한다. 동맹국의 자존의식과 협력을 중시하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외정책 기조와도 배치된다. 2009년 한·미동맹 공동비전에서 한국 방어를 주도적으로 책임지겠다고 합의한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 주도 연합방위체제로의 복귀를 요구하는 것은 모순된다. 또한 전작권 전환 불이행은 아프간전 수행 등 미국의 세계전략을 제약하고, FTA 비준 등 한·미 간 현안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내정치 측면에서 전작권 전환 유보는 대미(對美)의존성을 심화시킬 수 있다. 세계 13위의 경제력과 G20 정상회의 의장국, 밴쿠버 겨울올림픽을 통해 한층 자부심이 격상된 국민을 존중하지 않는 조치다. 전작권 전환에 대비해 전력투구해온 우리 군의 사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작권 전환 연기는 북한 측에 ‘한국군은 여전히 상대가 못 된다’는 왜곡된 시그널로 비쳐질 수도 있다. 북한 측이 주장하는 “남조선 군대는 스스로 군사력을 행사할 수 있는 아무런 권한도 능력도 의지도 없는 종이호랑이”라는 인식을 재확인시켜 준다면, 평화협상에서 한국의 입지가 약화되는 등 대남압박전술에 휘말리게 되며, 미국과 협상을 위해 다양한 군사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전작권이 전환된다 하더라도 한국군 단독으로 군사작전에 임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으로 발전시킨 작전계획을 갖고 한국군 주도하에 미군이 지원하는 전쟁을 수행하게 된다는 점이다. 한·미는 북핵 위협에 대해 핵우산·미사일방어 등 확장된 억제와 대량살상무기제거전담부대를 운용할 것이며,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한국군에게 부족한 전력을 계속 제공할 것이라고 합의했다. 미국의 안보공약에 대해 의심의 여지가 없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글로벌 코리아의 추진은 안보 분야에서도 ‘정상’으로 되돌리는 국가전략과 맥을 함께 했을 때 가능하다. 앞으로 남은 전작권 전환 2년 동안 정부는 국가안보체제를 확실히 구축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강력한 전비태세와 전작권 전환 준비를 위해 사명감을 갖고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우리 군을 성원해주고 예산으로 뒷받침해주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정경영 가톨릭대 교수·안보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