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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율 진실게임' 갈수록 확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재독 학자 송두율(宋斗律.뮌스터대 교수)씨가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 와 동일 인물인지를 놓고 宋씨와 황장엽(黃長燁)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벌여온 지루한 논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黃씨가 명예훼손 혐의로 자신을 고소한 宋교수의 주장을 반박하는 답변서에서 "내가 직접 宋교수에게 주체사상을 교육했다" 고 주장하면서 宋교수와의 대질신문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黃씨는 1999년 5월 법원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宋교수가 북한에 와 김일성을 접견(91년 5월)한 이후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나에게 宋교수에 대한 주체사상 교육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며 "그는 宋교수의 이름을 '김철수' 로 부르기로 했다는 것도 부연했다" 고 밝혔다.

'김철수' 는 94년 7월 김일성 사망 때 장례위원 명단에 올라 우리 정보기관을 긴장시켰던 인물이다.

정체가 좀체 파악되지 않았으나 97년 2월 망명한 黃씨가 우리 정보 당국에 '宋교수가 바로 김철수' 라고 진술한 것이 법정 공방으로 이어져 수십차례 공판이 열리는 등 양측이 팽팽히 맞서 왔다.

특히 최근에는 양측의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黃씨는 "宋교수가 스스로 학자로서의 생명을 버리고 자기 인격을 더럽히는 행동을 하고 있다" 고 비난했다.

이에 맞서 宋씨측 안상운 변호사는 "黃씨의 답변서는 일본의 역사 교과서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일방적 주장만 담고 있다" 고 반박했다.

黃씨의 신변보호를 맡고 있는 국정원측은 이래저래 곤혹스런 표정이다.

한 관계자는 "宋씨가 김철수란 확증을 갖고 있지만 우리가 갖고 있는 민감한 자료를 공개할 수는 없지 않으냐" 면서 "독일 국적인 宋씨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 수도 없는 게 현실" 이라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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