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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임건의안 표결] 야 "진골· 성골만 투표하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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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30일 국회 본회의는 이한동 총리.이근식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을 둘러싼 시비로 여야가 충돌했다. 연기를 거듭하다 밤 늦게 열린 본회의에서 민주당이 일부 의원만 표결에 참여하는 '선별 투표' 를 강행하자 한나라당은 "편법" "비밀투표 위반" 이라며 격렬히 항의했다.

당초 본회의 처리 안건은 ▶한나라당이 내놓은 해임 건의안(대우차노조 과잉진압 관련)▶민주당이 공들여온 두가지의 개혁법안(인권법.부패방지법). 부패방지법은 해임안 처리를 둘러싼 파행으로 처리하지 못했다.

◇ "비밀투표 원칙에 위배" =인권법이 표결로 통과된 뒤 해임안 투표가 시작된 시간은 오후 10시. 민주당 이상수 총무가 '행동수칙' 을 전달하며 직접 현장을 지휘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장남 김홍일 의원을 비롯, 김옥두.추미애 의원 등 37명은 명패함에 명패를,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는 '정상적' 인 투표를 했다. 반면 나머지는 의석에 앉아있거나 본회의장 밖으로 나갔다. 자민련은 전원(20명)이 기권했다.

한나라당 의석에서 "진골(眞骨).성골(聖骨)만 투표하느냐" "믿는 사람만 투표하고 믿지 못하는 사람은 빠지는 게 여당이냐" 는 고함이 터져나왔다.

다만 민주당은 한화갑.최재승 의원 등 일부 동교동계를 불참의원 그룹에 넣어 '충성도 기준' 이라는 시비를 피하려 했다. 한나라당은 자체분석 후 "대선 주자들이 모두 빠졌고 한국노총 출신인 조한천.박인상 의원이 불참했다" 고 지적했다. 선별기준에 대해 이상수 총무는 "원래 당직자들만 하려고 했는데 몇몇 의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고 설명했다.

이만섭 의장이 개표선언을 하려고 하자 한나라당 백승홍.이병석 의원 등이 단상으로 몰려나와 "투표 안한 여당의원 명단을 공개하라" 고 요구했다.

의석에선 "비겁하다" 는 한나라당의 비아냥과 "투표할 만한 가치가 없다" "기권할 자유도 있다" 는 민주당의 고함이 터졌다. 논란 과정에서 자민련 조희욱 의원과 한나라당 의원들간에 멱살잡이를 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자정을 10분 앞둔 오후 11시50분. 정창화 총무는 "의회민주주의에 조종(弔鐘)이 울렸다" 며 한나라당 의원들과 함께 본회의장을 나갔다. 李의장은 "더 이상 개표를 진행할 수 없다. 투표함.명패함을 봉인하겠다" 며 산회를 선포.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긴급대책회의에서 "전례없는 불법" 이라며 "여당이 의회주의를 말살시키는지를 주시할 것" 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의원총회에서 "투표불참은 정당했다" 고 확인한 뒤 박수를 치고 해산했다.

◇ 표 단속 나선 총무들=여당은 소속의원들의 이탈표 방지에 총력전을 펼쳤다. 민주당은 와병 중인 이원성 의원은 물론 한승수 외교.김원길 보건복지.장재식 산자부 장관 등 3여 소속 장관 6명을 모두 참석시켰다. 해임건의안 당사자인 李총리도 자리를 지켰다. 의원총회에선 李총무가 의원들의 이름을 일일이 출석체크하다 "이름 부르지 말라" 는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

한나라당 鄭총무는 본회의장 입구에 서서 늦게 들어온 의원들에게 "이래가지고 무슨 개혁이야. 빨리 들어가" 며 고함을 질렀다.

최훈.이정민.김정하.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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