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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 확장에 구미시 '두동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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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회사원 최영화(41 ·구미시 원평동)씨는 요즘 확장공사가 한창인 경부고속도로 구미 통과구간을 보면 가슴이 답답해진다.도심을 가로질러 통과하는 높다란 고속도로를 더욱 높이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씨는 "고속도로 탓에 도시가 완전히 두동강 나게 됐다"며 "이런 곳이 어디에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부고속도로 구미∼동대구 구간을 기존 왕복 4차선에서 8차선으로 확장하면서 구미시 통과구간의 도로지반을 크게 높이는 공사가 본격화 하자 시민들의 불만도 따라서 높아지고 있다.시민들은 "고속도로에 막혀 시민들의 삶도 두동강 날 판"이라며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실태=구미시 임은동 임은육교∼봉곡동 선주교 사이 11㎞의 도심구간엔 본격적인 도로 터 다지기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고속도로로 잘린 도시의 동·서 지역을 잇는 통로박스나 교량공사는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상가 ·주택이 도로와 거의 맞닿아 있는 원평동 지역은 방음벽을 세우기 위한 철골구조물 만들기가 한창이다.거의 모습을 드러낸 새 도로는 성벽처럼 거대한 모습이다.

도심구간을 지나는 기존 고속도로의 높이는 평균 5∼6m.하지만 새로 만드는 도로는 평균 10∼12m로 두 배나 높다.

여기에 구간별로 2∼5m 높이의 방음벽을 세우면 도심의 동 ·서쪽은 서로 완전히 차단될 수 밖에 없다.특히 구미공단과 도심을 잇는 신평동의 신평육교 구간은 방음벽을 합쳐 높이가 20m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구미시 광평동 광평파출소 뒷마을의 경우 높이 13m의 도로와 방음벽에 갇혀 웅덩이에 빠지는 꼴이되자 주민들이 집단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공사가 끝나면 구미시는 완전히 기형적인 도시가 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구미시 관계자는 "당초 고속도로를 김천시에서 칠곡군 북삼면 쪽으로 우회토톡 설계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한국도로공사측이 공사비 부담을 들어 기존 노선에 붙여 확장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1997년 12월 시작된 확장공사는 2003년 12월 마무리될 예정이다.

◇문제점=고속도로 인근 지역 주민들은 "도로가 확장되면 조망권이 침해되고,교통량이 더욱 늘어나 소음과 먼지에 따른 피해도 훨씬 커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구미시 관계자는 "새 도로는 도시의 미관을 해치고,장기적인 도시계획의 수립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도로공사의 김진홍(36)공사감독은 "도심구간을 통과하는 다리와 통로박스가 21개나 되는 곳이 구미 도심구간"이라며 "기존도로의 다리 및 통로박스가 높이 3m정도밖에 되지 않아 대형차량의 통행을 위해 도로를 높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안=시내통과 고속도로 주변에 큰 나무를 심어 소음·먼지공해를 막아 줄 수림대(樹林帶)를 만들어 줄 것을 주민들은 요구하고 있다.또 컬러 방음벽을 설치하는 등 도시미관을 살릴 대책마련도 촉구했다.

도로공사 영남1건설사업소의 김창덕 품질관리과장은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수렴해 조경공사 때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홍권삼 기자

<구미경실련 조근래 사무국장 인터뷰>

<구미경실련 조근래 사무국장 인터뷰>

구미경실련의 조근래(趙根來 ·40 ·사진)사무국장은 고속도로 확장 문제를 꺼내자 "도로공사측이 장기적인 안목보다 당장의 이익에 눈이 멀어 도시를 망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미는 인구 34만명에 국가공단인 구미공단이 있는 주요도시"라면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도시를 이렇게 잘라 놓는 법이 어디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국장은 "새 도로가 이 정도인지 몰라 처음엔 제대로 대응하지도 못했다"며 "이제부턴 도로건설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분진과 소음을 제대로 흡수하는 방음벽을 설치하고,교통사고 때에도 차량의 추락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토록 하겠다는 것이다.또 고속도로변에는 아름드리 나무를 울창하게 심도록 해 도로의 모습을 가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고속도로변에 너비 7∼8m의 나무숲을 만들면 자전거 전용도로나 주민들의 쉼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같은 내용의 보완책을 도로공사에 요구할 작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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