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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교 '재량방학' 가정마다 명암 엇갈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서울 구산초등학교 6년 신한솔(12)군은 월요일인 30일 부산의 할아버지 댁에 머물렀다.

일요일과 공휴일인 1일(석탄일)사이에 낀 이 날을 학교측이 '학교장 재량 휴일' 로 정해 사흘의 보너스 방학을 갖게 되면서다. 아버지(40.회사원)가 연차휴가를 내 가족들과 함께 강원도 강릉의 소리박물관을 거쳐 부산에 들른 신군은 1일 오후 귀경한다.

지난 3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으로 가능해진 초.중학교의 '학기 중 방학' 이 석탄일과 어린이날.어버이날 등이 낀 5월을 맞아 상당수 학교에서 처음으로 시행됐다.

학교를 떠나 여러가지 현장체험 기회를 갖는 학생들도 많지만 외토리 신세가 되는 맞벌이 가정이나 소년소녀가장들도 있다.

학기 중 방학을 실시하면 총 방학일수를 연간 80일로 한 규정 때문에 여름.겨울 방학이 그만큼 줄게 된다.

◇ 현장체험 여행=서울 고은초등학교는 30일과 2, 3, 4일 나흘을 휴일로 정해 두번의 일요일과 석탄일.어린이날을 합쳐 8일 연휴를 갖게 했다.

1년생 최승연(7)군은 "아빠가 휴가를 내 2박3일로 제부도에 여행을 간다" 며 좋아했다. 이 학교 곽정근 교장은 "아이들이 체험학습을 한 뒤 감상문을 써오도록 했다" 고 말했다.

지난달 28일과 30일을 휴일로 정해 나흘 연휴를 가진 서울 동덕여중 3년 김원선(15)양은 "아빠 출근 때문에 멀리 여행은 못하지만 그동안 뜸했던 가족 행사를 하게 돼 뜻깊다" 고 즐거워했다.

전주의 송천초등학교는 2~4일 사흘을 '학기 중 방학' 으로 정해 부모님과 함께 전라도내 문화축제에 참가하고 감상문을 써오도록 했다.

광주의 1백15개 초등학교 중 96개교는 오는 7~9일을 '효도 체험학습 방학' 으로 정했다. 광주 수창초등학교 6년 최용남(12)군은 "직장에 나가는 부모님을 위해 아침 밥을 차려 놀라게 해드리겠다" 고 말했다.

◇ 나홀로 휴일도=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이나 소년소녀가장들에겐 그러나 외로운 방학이다.

할머니와 둘이 사는 서울 방이초등학교 1년 金모(7)군은 "할머니마저 공공근로를 나가면 집에 혼자 있어야 할 것 같다" 고 씁쓸해 했다.

초등학교 2년 아들을 둔 회사원 南모(34.여.서울 동작구 상도동)씨는 "휴가를 낼 수 없어 아이가 혼자 집에 있어야 할 판" 이라며 "소외감을 덜어 주려고 함께 지낼 친척들을 찾고 있다" 고 말했다.

이런 학생들을 위해 일부 학교는 별도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2~4일이 휴일인 서울 홍제초등학교는 이 기간에 독서.비디오 감상.체육활동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 학교 이상헌 교무주임은 "소년소녀가장 30여명을 위해 만든 프로그램인데 오갈 데 없는 맞벌이 집 자녀들까지 1백10여명이 참가 신청을 했다" 고 말했다.

부산 수영초등학교 학부모 5명은 지난 토요일 '나홀로 어린이' 20여명을 용두산공원에서 열리는 전통놀이에 데리고 가 일일 체험학습을 했다.

홍주연.정효식.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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