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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항 입 열게하라" 주변인물 압박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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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박노항(朴魯恒)원사가 저지른 병역비리의 실체를 캐는 검찰과 군 검찰의 수사 초점이 朴원사의 병원 및 법조주변 인맥을 확인하는 쪽으로 맞춰지고 있다.

朴원사가 이미 드러난 혐의사실만 인정할 뿐 추가 범행 여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어 우회공격으로 압박하기 위한 것이다. 朴원사는 특히 자신의 도피를 도와준 혐의 등으로 金모(54.여)씨가 30일 구속된 데 불만을 품고 한때 진술을 거부하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朴원사가 혐의사실을 들이대면 '언제 일인데 다 기억하나' '자료를 내놓고 얘기하자' 며 버티는 등 보통이 아니다" 고 말했다.

이에 검찰은 朴원사와 가까운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진 朴모(63)여인 등에 대한 사법처리 검토 등으로 그를 압박하는 한편 朴원사의 병원 및 법조 주변 인맥을 캐는 데 치중하고 있다.

朴원사의 비협조적인 수사태도가 계속될 경우에 대비해 군의관이나 병원 관계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추가 혐의를 밝혀낼 단서를 포착하겠다는 계산이다.

이는 朴원사가 정치인 등 특수층 아들들의 병역면제 최종 판정기관인 국군수도통합병원에서 1987년부터 군 헌병 신분으로 상당기간 근무하면서 당시 군의관들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온 사실이 과거 병무비리 수사 때 확인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朴원사가 부탁한 입영대상자의 CT필름을 디스크 환자용으로 바꿔치기한 혐의로 방사선실장과 함께 구속됐던 서울 S병원 원장 李모씨는 87~89년까지 국군수도통합병원에 근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 병원에서 수십명의 입영대상자들이 허위진단서를 발급받은 혐의를 포착했으나 병원측은 "관련 자료를 모두 불태워버렸다" 며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또 朴원사가 도피 직전 원용수(元龍洙)준위와 함께 6천만원을 투자한 M실업도 병원 X-선 촬영과정에서 나오는 수은 등의 폐기물을 처리하는 업체인 사실을 밝혀냈다.

이 업체가 병원과 계약하는 과정에서 朴원사의 개입여부에 수사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검찰이 30일 M실업 사장 李모(여)씨를 소환해 조사한 것도 이같은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검찰은 朴원사의 형이 충남의 모 병원 매점 운영권을 따낸 과정도 수사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병원 관계자들을 연결고리로 한 압박작전을 구사하고 있다.

한편 군 검찰은 朴원사를 도피시킨 혐의로 이미 구속된 A변호사 사무장 崔모씨 외에 H변호사 사무장 朴모씨가 朴원사와 15차례 정도 전화통화한 사실을 밝혀냈다. 이에 따라 朴원사가 도피하면서 어떤 사람들로부터 법률자문을 받았는지도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박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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