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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반 컬렉션] 니체의 꿈 담은 교향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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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지평선(오르간 페달과 더블베이스)위로 힘차게 솟아오르는 태양(트럼펫과 팀파니)….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는 장엄한 '일출' 의 묘사로 시작된다.

이 곡은 1968년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SF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에 삽입되면서 팝클래식 대열에 합류했다. 69년 인류가 처음 달에 발을 내딛는 장면을 생중계할 때도 시그널 뮤직으로 사용됐다. 토미타 이사오의 신시사이저 연주, 팝그룹 더다토의 펑키풍 음악으로 편곡돼 '차라투스트라 팡파르' 라는 별명으로도 통한다.

역사적인 순간을 맞기 직전의 긴박감을 자아내 미래지향적인 하이테크 상품의 광고음악으로 요즘도 자주 사용된다.

1896년 11월 프랑크푸르트에서 초연된 '차라투스트라…' 는 1분 50초짜리 서주를 시작으로 '내세의 인간에 대하여' '위대한 동경에 대하여' '기쁨과 열정에 대하여' '장송곡' '과학에 대하여' '밤의 방랑자의 노래' 등 9개의 악장으로 돼 있다. 철학자 니체가 조로아스터교의 창시자 차라투스트라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초인(超人)사상을 전개한 저술에서 받은 영감을 음악화한 것이다.

작곡자가 애초에 부제로 생각했던 것은 '20세기에 바치는, 세기말적 형식으로 된 낙관주의 교향악' . 나중에 '니체풍의 자유로운 교향시' 로 바뀌었다. 주먹을 불끈 쥐게 하는 고단백의 근육질 악상 때문에 새로운 녹음기술이나 오디오의 성능, 오케스트라의 합주능력을 시험하는 단골 레퍼토리로 자리잡았다.

프리츠 라이너가 지휘하는 시카고심포니의 62년 녹음(RCA)은 생생하고 따뜻한 현장감과 균형감각으로 화려하고 눈부신 관현악의 세계를 펼쳐낸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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