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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츠가 정착하려면…] 세제혜택·투명성이 관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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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3면

저금리 체제로 시중의 자금이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터에 리츠 상품이 본격적으로 쏟아지면 부동산시장이 활기를 띨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그간 은행이 발매한 부동산투자신탁의 잇단 성공도 이를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간접투자시대가 자리잡으려면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리츠의 성공 조건으로 ▶세금 혜택▶수익률 보장▶시장의 투명성 확보 등을 들고 있다.

◇ 법인세 면세=리츠가 정착하려면 법인세 면제혜택이 주어져야 한다. 아더앤더슨 임승옥 상무는 "법인세가 면제되지 않으면 리츠회사가 투자자에게 보장할 수 있는 수익이 3분의 1 정도 줄어들고, 정부가 예상하는 리츠 수익률(6~10%)도 확보할 수 없게 된다" 고 분석했다.

◇ 자산관리회사(AMC)의 난립 규제=AMC는 자본금 30억원 이상, 전문가 5명을 갖추면 리츠의 자산관리를 대행할 수 있다.

이는 금융기관이나 건설회사 등이 AMC를 만든 뒤 리츠를 명목회사로 운영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기업이 갖고 있는 부실 부동산을 남에게 넘기지 않고 직접 처리하기 위해 일단 리츠를 만들어 관련 부동산을 사들인 뒤 자사 계열의 AMC에 관리를 맡기는 방식으로 재산을 지킬 수 있는 길이 생긴다.

이런 형태의 AMC사가 대량 생겨나 자산관리가 부실해질 가능성도 크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존스랭라살 김영곤 대표는 "AMC가 리츠 상품을 성실히 관리.운영할 수 있도록 시행규칙을 보완해 난립을 막아야 한다" 고 말했다.

◇ 수익률=리츠가 제자리를 잡기 위한 첫 조건은 수익률. 비관론자들은 리츠가 투자자를 모으려면 해마다 7% 이상은 배당해야 하고, 이를 위해 연 10%대의 투자수익률을 달성해야 하는데 서울 도심의 일부 빌딩을 빼면 이 정도의 수익을 낼 만한 부동산이 없다고 지적한다.

반면 낙관론자들은 리모델링이나 체계적 부동산관리를 통해 높은 임대료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호텔.병원.임대주택 등 높은 수익률이 예상되는 상품도 개발할 수 있다는 것. 월세시장이 확산하는 것도 수익률 향상을 위한 청신호로 꼽는다.

◇ 금리=리츠 활성화의 또 다른 조건은 저금리다. 코리츠 김우진 사장은 "저금리는 리츠 정착을 위한 버팀목" 이라며 "현재 저금리 체제가 계속되는 한 리츠시장의 전망은 밝다" 고 말했다.

반대로 금리가 다시 높아지면 리츠의 입지는 좁아진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위원은 "현 금리는 비정상적으로 낮다" 며 "경제불안이 해소되면 금리가 다시 오를 수 있다" 고 말했다.

◇ 시장의 투명성=국내 빌딩의 투자수익률은 조사기관에 따라 5%부터 15%까지 차이가 크다. 수익률 계산에 필요한 개별 부동산의 정보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들어 리츠가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을 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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