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군산 국도 '벚꽃터널' 명성 잃어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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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전주∼군산 1백리 벚꽃터널이 화려한 옛 명성을 잃어 가고 있다.도로 공사와 잦은 교통사고 등으로 나무를 뽑아 내기도 하고 병충해 등에 의해 고사하기도 하면서 왕벚나무가 절반 가까이 줄었기 때문이다.

◇실태=1975년 전주∼군산 국도에 40㎞의 벚꽃길을 조성하면서 총 6천4백여 그루를 심었다.그러나 지금은 40%(2천5백여 그루)가 없어지고 3천9백여 그루만 남아 있다.

특히 군산시 지역은 전체 2천8백여 그루 가운데 1천4백여 그루만 남아 절반이 없어졌다.익산시는 1천1백여 그루 중 1백35그루가,김제시는 1천9백여 그루중 9백여 그루가 줄었다.

이 때문에 화려한 벚꽃터널을 배경으로 전주∼군산 국제마라톤대회를 비롯해 김제시가 향토 야시장,익산시가 보석축제 등 행사를 열고 있지만 관광객들로부터 “날이 갈수록 벚꽃이 별볼이 없어져 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군산시 84그루,익산시 30그루,김제시 30그루 등 총 1백40여그루를 보식(補植)했지만 줄어든 것을 메우기에 턱없이 부족할 뿐 아니라 이가 빠진 것 같은 흉한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원인=왕벚나무가 절반 가까이 사라진 것은 교통사고 방지를 이유로 나무를 다른 곳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전주∼군산간 도로는 지난 한 해 4백21건의 교통사고가 발생,16명이 죽고 5백61명이 다치는 등 교통사고 다발 지역으로 오명이 높다.

이를 막기 위해 도로 확포장 공사를 벌이면서 벚나무를 제거했다.또 주변 주민들의 요구로 버스 정차장을 만들면서도 벚나무를 뽑아냈다.

전북도의 분석에 따르면 벚나무 감소원인은 도로 개설 ·확포장에 따른 이식이 1천6백여그루로 가장 많고,교통장애로 인한 철거도 3백여루나 되었다.또 교통사고 피해 ·병충해 등으로 인해 말라 죽은 것도 2백∼3백여그루에 이른다.

◇대책 ·문제점=도는 지난 95년 종합진단과 방제용역을 실시해 교통사고 피해나무에 대한 외과수술과 피해목 보식 등 벚꽃나무 살리기 작업을 벌여 왔다. 또 해당 지자체로 하여금 병해충 방제,대대적인 보식작업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벚나무를 심기 위해서는 도로점용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그러나 익산국토관리청이 도로관리법에 따른 교통장애와 도로파손 등을 이유로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국토관리청은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교통 표지판이 설치돼 있거나 사고 다발지역에는 나무를 심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벚나무를 새로 심을 경우 도로 변으로부터 2m이상 떨어진 곳에 해야 하지만 이들 지역은 논 ·밭이나 농수로 등이 설치돼 아예 불가능한 곳이 많다.

전북도 관계자는 “전국 제일의 벚꽃터널 명성을 되살리기 위해 썩어가는 나무에 대한 외과수술과 함께 관계기관과 협의,대대적인 보식작업도 벌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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