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는 재복, 고려대는 관운 넘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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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돈이 생기면 연대생은 구두를 닦고 고대생은 막걸리를 마신다. "

한국 사학의 양대 명문인 고려대와 연세대를 이야기할 때 흔히 하던 말이다. 신촌골 독수리니, 안암골 호랑이니 하며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두 대학은 이렇듯 상당히 다른 인상을 풍긴다.

EBS가 26일 방송할 '최창조의 풍수기행' (밤 8시30분)은 풍수지리로 두 대학의 차이점을 살핀다. 일단 두 대학 모두 풍수적으로는 명당에 자리잡고 있다. 백두대간에서 도봉산으로 이어진 산줄기가 정기를 내뿜는 고대 터는 북악산의 기운이 청와대로 내려온 것과 비슷한 지형이다.

'태조실록' 에는 이성계가 자신의 묘터로 안암골을 물색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연대가 자리잡은 안산 밑도 조선왕조의 새 도읍지 후보로 거론되었던 곳으로 땅의 기운은 고려대 못지 않다.

그렇다면 두 대학간 차이는 어디서 올까. 최창조(전 서울대 교수)씨는 "고려대가 좌청룡, 연세대가 우백호에 해당하기 때문" 이라고 설명한다. 청룡은 해가 뜨는 동쪽으로 제왕.출세.관운.남자를, 백호는 해가 지는 서쪽으로 재화.수확.출산.여자를 의미한다. 고대 법대, 연대 상대가 강하게 된 것도 땅의 운명적 속성 때문이라고 한다. 또 '의리의 고대, 개성의 연대' 라는 이미지도 이같은 땅의 기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졸업생 진출 현황을 보면 이런 해석에 머리가 끄덕여진다. 경제.의학 분야에서는 연대가, 법학.행정 계통에서는 고대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풍수에 밝은 한국인들이 세운 대학이 주로 서울의 동쪽에 있는 반면 서양의 선교사들이 세운 대학은 대체로 서울의 서쪽에 있다는 사실이다. 최씨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지리학적으로 보면 유럽의 경우 사시사철 부는 편서풍이 오염된 공기를 동쪽으로 몰아내기 때문에 서쪽에 깨끗하고 부유한 마을, 동쪽에 가난한 마을이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서쪽을 중시하던 서양 선교사가 서울에서도 서쪽에 대학을 세운 것 아닐까. "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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