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이후 중산층의 몰락과 청년실업 등의 문제를 그린 영화 ‘물 좀 주소’. 부도로 사업이 망하고 빚더미에 오른 주인공 창식(이두일)은 추심업자가 되어 힘겨운 생활을 이어간다. [나우필름 제공]
반면 일본은 한국보다 더 빠르게 중산층 붕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중산층의 붕괴가, 중국은 중산층의 확대 현상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중산층의 위기란 고용과 소득의 불안정이 심화되면서 중간계급이 누려왔던 사회적 지위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중앙대 사회학과 신광영 교수에 따르면, 외환위기 이후 가장 타격을 받은 중산층의 직업군은 사무직과 경영·관리직이다. 97년부터 2007년까지의 시기에 사무직이 13.7%, 경영·관리직이 8.7% 줄었다. 같은 기간 전문·기술직이 2.5%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사무직과 경영·관리직이 큰 폭으로 줄었다.
신 교수는 ‘한국의 중간계급은 위기인가: 1998∼2007 한국노동패널 조사’를 발표한다. 그는 “경제성장의 상징인 중간계급의 몰락이라는 점에서 중산층 붕괴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했다. “2007년까지의 중산층 감소 분석과 요즘 다시 불거지는 중산층 붕괴에 관한 논의는 그 맥락이 동일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일본에서는 중산층이란 용어 대신에 ‘중류’라는 말을 쓴다. 신 교수는 “일본 경제가 고도 성장할 때 ‘1억 총중류 사회’라는 표현이 확산됐는데, 요즘은 ‘격차 사회’ ‘중류 붕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중산층의 확대와 축소에 있어서도 일본에서 변화가 먼저 일어나고, 한국이 뒤를 따르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리페이린 중국사회학회 회장은 ‘중국 중간계급의 규모·정체성·사회적 태도’를 발표한다. 그는 2006년 자료를 인용하면서 중국 중간계급은 전체 노동인구의 12.1%, 도시 노동인구의 25.4%를 차지한다고 했다. ‘보수주의인가 자유주의인가: 중국 중간계급의 사회정치적 태도에 대한 연구’를 발표할 중국사회과학원의 리춘링 교수는 “중간계급이 노동계급보다 보수적이라거나 자유주의적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고 했다. 보수주의와 자유주의가 혼합된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배영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