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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충 항공 방제 두고 산림청 · 환경단체 '논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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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소나무 숲을 살리려면 재선충을 방제하지 않으면 안된다. " "제선충 항공방제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다. "

소나무 재선충이 퍼지면서 이를 예방하기 위한 항공방제를 두고 산림청.부산시와 환경단체 간에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산림청과 부산시.경남도는 부산.경남지역 산림에 5월 10일부터 20일 사이 3차례의 항공살포를 할 계획이라고 23일 밝혔다. 그러나 환경단체는 "생태계가 파괴된다" 며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 재선충 확산〓재선충은 1988년 10월 부산 동래구 온천2동 뒤쪽 금정산에서 처음 발견된 뒤 경남까지 확산됐다. 시에 따르면 부산에서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는 지난해 말 현재 1만2천6백59그루에 이른다.

특히 최근 재선충 번식 속도가 더욱 빨라져 지난 2년여간 피해를 입은 나무 수가 이 해충이 처음 발견된 이후 12년간 감염된 6천1백25그루의 2배가 넘는다.

산림청 임업연구원 남부시험장은 "올들어서도 소나무 재선충이 울산시와 경남 거제시.진주시.남해군.하동군 지역으로 계속 퍼지고 있다" 며 "진주시 정촌면과 가좌동 일대 6백90㏊ 등 경남에서 1천5백여㏊의 소나무 숲에서 재선충이 발생했다" 고 밝혔다

◇ 항공방제 불가피〓산림청과 자치단체는 "99년 12월 항공방제가 중단된 이후 재선충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며 "항공방제 외에는 해결책이 없다" 고 밝혔다.

산림청과 부산시.경남도는 재선충이 발생한 임야에 메프유제(일명 스미치온)를 3차례 항공살포할 계획이다. 산림청 최종수(崔鍾秀)국유림관리국장은 "재선충을 옮기는 솔수염하늘소가 활동하는 봄에 항공방제를 해 이들을 박멸해야 재선충 감염을 막을 수 있다" 고 말했다.

◇ 생태계 무너진다〓부산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들은 재선충 항공방제는 생태계 전체를 보지 못한 발상이라는 주장이다.

경성대 문성기(文成基.생태학전공)교수는 "선진국은 산에 항공살포를 하지 않는다" 며 "항공살포를 하면 소수염하늘소 뿐만 아니라 온갖 곤충과 조류가 다 피해를 입고 토양과 약수터.지하수가 오염돼 결국 인간도 병들게 된다" 고 지적했다.

부산환경운동연합 이성근(李成根)자연생태부장은 "항공방제의 효과가 미미하고 생태계만 파괴할 뿐" 이라며 "산림청과 부산시가 항공방제를 강행한다면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막을 것" 이라고 강조했다.

정용백 기자

◇ 재선충이란〓소나무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가는 실모양의 해충으로 감염된 소나무는 3개월 이내에 말라죽는다. 뚜렷한 방제책이 없어 소나무 에이즈로 불린다.

소나무 수관부에 기생하면서 물과 영양분을 빨아먹어 나무를 말라죽게 한다.

이 해충은 소나무 껍질에 서식하는 솔수염하늘소.북방수염하늘소 등에 기생하며 이 매개충과 함께 이동, 다른 나무로 번진다. 항공방제는 매개충이 이동하는 5~8월에 매개충을 죽이기 위해 실시된다.

재선충은 불에 태워야 죽기 때문에 산림청이 재선충에 걸린 소나무는 모두 베어내 태우고 있다. 재선충은 일본에서 건너온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일본.중국 등에서도 해마다 확산 지역이 넓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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