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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추억' 망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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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화성연쇄살인사건'이 벌어졌던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에서 27일 발생한 여대생 노모(21.사진)양 실종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수사경찰 40여명과 전.의경 3개 중대 300여명을 동원, 노양의 유류품이 발견된 봉담읍 수기리~협성대 구간 6㎞ 도로와 주변 야산, 보통저수지 일대에서 실종자 수색 작업을 대대적으로 벌였으나 유류품이나 수사에 단서가 될 만한 증거물을 추가로 찾지 못했다.

앞서 경찰은 길가에 여기저기 흩어진 채 발견된 노양의 유류품에 대한 감식을 해 청바지에서 석점의 혈흔과 한 점의 이물질을, 셔츠와 점퍼 등에서 8점의 모발을 각각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정밀감정을 의뢰했다. 이와 함께 노양이 실종 직전인 27일 밤 8시25분쯤 화성복지관 정류장에서 경진여객 소속 34번 시내버스를 타고 10여분 거리에 있는 와우리공단정류장에서 내린 사실을 버스 폐쇄회로(CCTV)를 통해 확인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노양이 와우리공단 앞에서 집에 오는 사이 또는 집 근처에 도착해서 납치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이 일대를 운행하는 화성지역 택시를 상대로 탐문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노양의 유류품이 43번 국도변 협성대에서 집으로 향하는 도로변에 200~400m간격을 두고 곳곳에 떨어져 있는 점으로 미뤄 최소 두 명 이상의 범인이 차량으로 납치한 뒤 옷을 벗겨 길 밖으로 버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시민들의 적극적인 제보를 유도하기 위해 이날 1000만원의 신고보상금을 걸고 노양의 인상착의가 담긴 수배전단 1만여장을 전국에 배포했다. 전화 제보는 112로 하거나, 화성경찰서 형사계(031-371-8112,8372)로 하면 된다.

한편 29일 오전 서울 서초동의 한 주유소에 기름을 넣기 위해 들른 검은색 뉴그랜저 차량 뒷좌석에 납치된 것으로 보이는 20대 후반의 여성이 앉아 있었다고 주유소 직원 김모(17)군이 경찰에 신고했다.

김 군은 "차량 뒷좌석에 20대 후반의 여성이 긴 머리가 헝클어진 채 손이 묶여 앉아있었으며 구조를 요청하기 위해 소리 질렀다"며 "차량 내부를 들여다보자 여성 옆에 앉아 있던 짧은 머리의 건장한 남성이 황급히 문을 닫고 주유소를 떠났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사건과 화성 여대생 실종 사건의 관련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화성=엄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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