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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가공무역 확대 의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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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대외경제 활성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실질적인 조치다. "

23일 북한의 가공무역법이 국회 정보위를 통해 공개되자 정부 당국과 북한전문가들은 이같이 분석하면서 북한의 개혁.개방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직은 북한이 뚜렷한 정책전환의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고 있으나 연초부터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강조해온 '신사고' 와 함께 대외경제협력 환경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이 법은 일단 1996년 2월 북한이 공표했던 자유경제무역지대(나진.선봉) 가공무역 규정이 법률로 승격시켰다는 의미가 있다.

가공무역 규정은 원래 자유경제무역지대 안에서 가공무역을 발전시켜 생산을 정상화하고 앞선 기술을 받아들여 외화 수입을 늘리기 위해 제정한 것.

가공무역이란 다른 나라에서 원료.반제품.부분품을 수입해 가공.조립한 다음 수출하는 무역이다.

그런데 북한은 외국기업이 제공하는 원자재로 제품을 만들어 주고 가공비를 받는 삯가공과 원자재를 외국기업에 위탁해 가공.조립하는 위탁가공도 가공무역에 포함시키고 있다.

북한이 채택한 가공무역법은 위탁가공을 나진.선봉 특구만이 아닌 전지역으로 확대하고 북한 내 참여기업의 폭도 넓힌 점이 눈에 띈다.

특히 그동안 북한에 진출했던 남한과 외국기업들이 북측에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품질검사원의 북한 내 상시체류 등에 북한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임으로써 외국기술자의 파견 등을 법적으로 보장한 점도 중요한 대목이다.

그만큼 북한이 외국기업의 유치를 위해 배려했다는 얘기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가공무역법 제정은 향후 보세가공구나 임가공구 등과 같은 형태의 경제특구정책과 연결돼 있다" 고 평가한 바 있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 5일 최고인민회의에서 가공무역법과 함께 북한 내 각 항구에 대한 외국 선박들의 입출항과 통관절차.관세.위생방역 등을 다루고 있는 갑문(閘門)법과 정보기술(IT)의 도입 등과 관련된 저작권법을 승인한 점도 관심을 끈다.

조명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이번에 만든 3개 법안이 겨냥하고 있는 곳은 남포지역" 이라며 "이곳이 향후 북한의 대외경제 특구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고 말했다.

북한 전역으로 가공무역을 확대한다지만 어차피 남포나 신의주.개성공단 등 북한이 염두에 둔 몇몇 지역이 있는데 갑문 등 지리적 여건을 살펴볼 때 남포가 적격지라는 얘기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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