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샘] '영원한 청년' 김흥수 화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4면

원로 서양화가 김흥수(82)화백의 근황은 '노익장' 이란 표현을 실감케 한다. 한 화면에 구상과 추상이 공존하는 '하머니즘' 미학의 창시자인 김화백은 평소 운동으로 단련한 젊은이 못잖은 체력으로도 이름 높았다.

그런 김화백이 지난해엔 한동안 활동이 뜸했었다. 등산을 하다 바위에서 떨어져 엉덩이를 다친 데다 화실에서 넘어져 팔이 부러지는 등 잇따라 병원신세를 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휠체어를 타고 다니면서도 예술의전당 '김흥수 영재 미술교실' 강의는 거르지 않았었다.

김화백은 지난 20일 기자들을 만나 근황과 활동계획을 설명했다. 장발에 베레모, 어두운 색의 안경, 텁수룩한 수염과 정력적인 음성.태도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귀가 어두워졌고 보행이 조금 불편한 것을 제외하면 중년으로 보일 정도. "침을 맞고 운동을 다시 시작하면서 몸이 괜찮아졌어요" 라며 다음달 전시 홍보를 부탁했다. 5월 1~20일 예술의전당 미술관에서 일본 화단의 거장 하라야마 이쿠오 화백과 함께 여는 '한국.일본 문화교류 2인전' 이다.

예술의전당과 국제교류기금, 한.일 언론사가 공동 주최하는 행사다. 출품작은 모두 자신의 소장품이라고 한다.

"젊을 때부터 '김흥수 미술관' 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대작은 팔지 않고 보관해왔거든요. 후세에 문화재를 남긴다는 생각으로 그린 작품들이오. " '김흥수 미술관' 은 5월께 준공검사를 마치고 개관할 예정이다. 빚 10억원을 포함, 사재 20억원을 들여 2백20평 부지에 지상 2층. 지하 2층 건물을 지었다.

"일본엔 3만여곳의 미술관이 있는데 한국엔 1백곳도 안돼요. 내 미술관은 문화적인 명소로 만들어나갈 거요. 몸도 나았으니 그동안 못했던 작품활동도 다시 시작해야겠고. 할 일이 정말 많습니다. " 그런 그에게 팔순노인이란 단어는 어색하게 느껴졌다.

조현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