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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된 시각으로 본 도올 동양학] '…일본 베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도올 김용옥씨의 저술에 대한 학계의 상반된 평가가 동시에 나와 관심을 끈다.

이기동(성균관대 ·유학)교수가 『도올 김용옥의 일본 베끼기』라는 자극적 제목의 신간을 통해 김씨를 몰아부친데 반해, 함재봉(연세대 ·정외과)교수는 학술계간지 『전통과 현대』 봄호에 「도올 김용옥의 해석학과 인문주의」라는 특별기고를 통해 김씨를 옹호하고 나섰다. 두 글을 통해 동양학 열기의 현주소를 진단해 본다

이기동 교수의 김용옥 비판은 『도올 논어』(통나무)1, 2권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교수는 제자 배요한씨와 함께 펴낸 이 책의 표제에 해당하는 1부를 썼다. 그는 먼저 한국.중국.일본의 동양학의 역사적 전개를 간략하게 살펴본 후, 특히 한국사상과 일본사상은 내용이 정반대의 성격을 갖는다고 말한다.

이교수가 볼 때, 한국의 유학은 성선설을 주창한 맹자사상에 가깝다면, 일본은 성악설의 순자사상에 가깝다.

그런데 한.일 유학의 차이점을 인식하지 않고, 도올은 순자적 예(禮)를 강조하는 일본식 유학을 우리에게 적용한다는 것이 이교수의 주장이다.

공자.맹자에서 주자로 이어지는 심성론(心性論)의 전통을 중시하는 이교수에게 맹자를 '공자에 대한 이단' 으로 보거나 주자의 신유학의 이질성과 이데올로기적 관학화를 비판해 온 도올이 곱게 보이지 않을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이교수는 일본의 대표적 유학자 오규 소라이의 글과 공자가 무당의 아들일 것이라고 말한 시라카와 시즈카의 글을 도올의 글과 비교하며, 도올이 그들을 '베꼈다' 고 주장한다.

"한.중.일 학계에서 정설로 인정받지 않은 시라카와의 '아마도 무당일 것이다' 라는 추측성 발언에서 더 나아가 도올은 아예 공자를 무당의 아들이라고 단정했으며, 또 도올에겐 공자의 중심사상인 인(仁)에 대한 설명이 없고 오히려 일본이 강조한 예가 더 많다" 는 것이 이교수 주장의 요지다.

그런데 도올이 자신의 책과 강연에서 오규와 시라카와에 학문적 빚을 지고 있다고 밝혀 온 점을 고려한다면 '베꼈다' 는 표현은 지나치다는 것이 학계 일각의 평가다. 도올이 자주 인용하는 서양철학자 화이트헤드.딜타이 그리고 과학사학자 조셉 니이담 등과 마찬가지로 이들을 국내에 적극 소개했다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이다.

이교수는 일본이 양명학을 수용한 배경은 주자학의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을 수용못하는 일본적 정서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말은 천(天)개념을 중심으로 한 형이상학적 리(理)와 물질세계의 형이하학적 기(氣)를 잘 이해한 조선 주자학의 긍지를 대변하는 것으로 들린다. 그렇다면 양명학이 조선에서 이단으로 몰린 이유는 조선의 정서에 맞지 않았기 때문인가라는 의문이 남는다.

주자학을 중심으로 한 한국유학 전통의 자긍심을 지키려는 이교수의 주장을 이해못할 것도 없으나, 이교수도 인용한 바 있듯이 독자들은 보다 냉정하게 식민지시절 일본이 한국의 유학사를 어떻게 왜곡시켜왔는지를 보여주는 『조선의 유학』(다카하시 도오루 지음.조남호 옮김.소나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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