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박찬호 "야속한 셰필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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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1980년 시즌 4할 타율에 도전했던 조지 브레트(전 캔자스시티 로열스)는 0.390으로 시즌을 끝낸 뒤 "나는 절대 해서는 안될 실수를 한가지 하는 바람에 대기록을 놓쳤다. 바로 4할을 쳐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었다" 고 술회했다. 기록을 의식하면 그 기록은 점점 더 이루기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19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상대로 시즌 3승 사냥에 나선 박찬호(LA 다저스)는 7회말 2점차의 리드를 안고 2사 주자없는 상황을 맞이했다. 2 - 2로 팽팽하던 경기를 7회초 숀 그린과 에릭 캐로스의 적시타로 4 - 2로 뒤집었고 7회말 시작과 함께 연속 삼진을 잡아내 3승이 손에 잡힐 듯했다.

그리고 2사후 볼카운트 2 - 1에서 톱타자 마빈 버나드가 때린 타구는 좌익수 개리 셰필드 쪽으로 날아갔고 타구는 맞는 순간 잡히는 타구로 예상할 만한 궤적을 그렸다. 그 순간 움켜쥐려던 미꾸라지가 손에서 빠져나갔다.

셰필드는 포구 위치 판단 실수로 2루타를 만들어줬고 구장 분위기가 이상한 기운에 휩싸였다.

박선수는 이 분위기를 이겨내야 했다. 그러나 그의 머리 속은 끝낼 수 있었던 이닝을 끝내지 못한 아쉬움과 빨리 이닝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생각, 빨리 3승째를 손에 쥐려는 조급함이 지배하고 있는 듯했다. 승부를 서두르게 된 것이다.

2번 타자 리치 오릴리아에게 던진 초구 몸쪽 높은 공이 그대로 동점 홈런으로 연결되면서 박선수는 고개를 푹 숙였고 곧바로 후속 배리 본즈에게 던진 초구 밋밋한 직구 역시 역전 홈런으로 이어지면서 순식간에 3실점, 전세는 4 - 5로 뒤집어졌다.

그 결과 박선수에게 주어진 것은 시즌 3승째의 달콤함이 아닌 쓰라린 패배의 아픔이었다.

박선수는 6과3분의2 이닝 동안 7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7안타 5실점했다. 20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는 동안 2실점으로 막아내며 잘 버텼으나 결정적인 순간 한개를 잡지 못하고 3실점,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박선수는 시즌 성적 2승1패, 방어율 4.21을 기록했다.

다음 등판은 오는 25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홈경기로 예정돼 있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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