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품앗이’ 함께 하실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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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를 함께 하려는 엄마들이 모이고 있다. '육아 품앗이'다. ‘육아 품앗이’는 같은 지역, 비슷한 또래의 자녀를 둔 사람들이 자녀를 함께 돌보고 양육하는 일이다. 아이들은 또래 친구들과의 놀이를 통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배우고, 엄마들은 육아 정보를 나누며 만족을 느낀다.

“아이는 친구를, 엄마는 위로를”

지난 10일, 일산서구 동녘어린이도서관. 4세 또래의 아이 7명이 ‘짤랑짤랑’노래를 부르며 신나게 몸을 흔든다. 노래가 끝나자 아이들은 익숙한 듯 자리에 앉아 선생님이 들려주는 책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이날은 육아품앗이 ‘책마중’의 모임이 있는 날이다. 10분간 책 읽기를 마친 후에는 독후 활동이 이어진다. 공과 관련된 책을 읽은 아이들은 플라스틱 병에 콩을 넣어 볼링핀을 만든 뒤 공을 굴려 핀을 쓰러뜨리는 놀이를 했다.

2007년생 아이 7명과 엄마들로 구성된 ‘책마중’은 지난해 3월 도서관 강좌를 통해 ‘품앗이’를 알게 됐다. 이후 일주일에 한 번씩 도서관에 모여 품앗이를 이어가고 있다. 아이들을 위한 책을 고르고 책과 관련된 독후 활동을 구성하는 것 모두가 엄마들의 몫이다. 배윤숙(35·일산서구 풍동)씨는 “처음엔 아이들이 모임 자체를 좋아했고, 엄마들은 대화를 통해 위로를 받았다”며 “시간이 갈수록 끈끈한 정이 생겨 이젠 친정에 간 것 처럼 편하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뛰어 노는 신체놀이를 가장 좋아한다. 풍선을 던지고 발로 차고 신문지를 찢어 뿌리고 손과 발에 물감을 가득 묻혀 찍어낸다. 이를 통해 감수성과 사회성을 기른다. 주변에서 쉽게 접하는 물건도 이곳에 오면 재미있는 장난감으로 변한다. 친구들과 함께 하니 재미도 두 배다.

중국어로 넓은 세상 알아가는 아이들

김혜영(31·일산서구 주엽동)씨도 1년 전 육아 품앗이 ‘내강아쥐’를 시작했다. 매주 화요일 오전 모임을 갖는 ‘내강아쥐’는 2006년생 아이 5명과 엄마들로 구성됐다. 1시간 30분 정도 수업을 한 후 함께 점심식사를 한다. 점심식사가 끝나면 자유시간이다. 아이들이 친구들과의 놀이 삼매경에 빠진 사이 엄마들도 한바탕 수다를 떨며 스트레스를 푼다.

여느 육아품앗이와 비슷해 보이지만 한 가지 특징이 있다.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한 김씨와 황규선(33)씨의 ‘중국어 수업’이다. 중국어 노래를 부르며 시작된 수업은 활동 도구를 이용해 가족·동물 등의 간단한 단어를 배우는 것으로 이어진다. 김씨는 “전문적으로 중국어를 가르치기 보다 아이들에게 우리말 이외에 중국어 같은 다른 언어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책을 읽은 후 책과 관련된 미술활동도 하고 있다. 김씨는 “우리 아이들이 영어 단어를 외우기 보다 무엇이든 직접 체험하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추석 때에는 한복을 입고 송편을 만들며 추석의 유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할로윈데이 때는 아이들과 함께 옷·모자·가방을 직접 만들어 입고 역할놀이를 하기도 했다.‘내강아쥐’는 하루 종일 아이와 씨름하던 김씨에게는 다른 엄마들과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딸 봄(3)이에게는 또래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줬다.

남의 아이도 내 아이처럼 사랑하는 게 중요

하지만 아이와 엄마들이 모인다고 모두 성공적인 ‘품앗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아이들과 어떤 엄마가 만나는 지가 중요하다. 배씨는 “놀이에서 한 살 차이는 크기 때문에 되도록 같은 나이가 모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김씨는 “자기 자녀가 다른 아이와 조금만 다퉈도 참지 못하고 속상해 하는 엄마들이 있다”며 “내 아이를 사랑하는 만큼 다른 아이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도 중요하다. 보통의 육아 품앗이는 구성원들의 집을 오가며 이뤄지는데 주변의 어린이도서관이나 고양시건강가정지원센터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고양시건강가정지원센터는 그룹활동을 위한 교육과 장소·놀이 도구를 제공한다.

[사진설명]육아 품앗이 ‘책마중’ 회원들이 페트병에 콩을 넣어 만든 볼링핀을 이용해 놀이를 하고 있다.

< 송정 기자 asitwere@joongang.co.kr / 사진=김진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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