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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F-X사업] 항공기술 현주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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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전문가들은 우리의 항공산업 수준은 훈련기를 만들거나 전투기를 조립하고, 일부 부품을 생산하는 단계에까지 와 있다고 진단한다. 그러나 첨단 항공산업의 핵심인 항공전자 분야나 첨단 전투기 독자 설계.개발 등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고 본다.

◇ KFP(F-16)사업이 전환점=국내에 항공산업의 개념이 도입된 것은 1977년. 지미 카터 당시 미국 대통령이 '주한 미군 철수' 를 공약하면서 우리 공군의 전력 증강을 위해 F-5(제공호) 68대를 국내 조립 생산한 것이 시초다.

그 덕에 국내 항공산업은 여객기 일부 부품을 하청 생산.수출하는 수준에 올랐다.

85년 한국형 전투기사업(KFP)을 추진하면서 항공산업은 도약기를 맞았다. 92년 본격 시작된 KFP사업으로 F-16 1백8대를 기술 도입 생산했고 엔진과 기체 관련 기술을 일부 이전받았다.

국내의 항공기 제조업체인 KAI는 올 초 프로펠러로 추진되는 초등훈련기(KTX-1)를 개발했다. 연말께 초음속 고등훈련기도 선보일 계획.

◇ 자체 개발.생산 능력 뒤져〓그러나 전투기의 자체 개발 능력은 경험과 기술 부족으로 뒤처져 있다.

일본은 81년부터 F-15 전투기 1백90대 전부를 기술 도입 생산 방식으로 구매한 뒤 미쓰비시(三菱)중공업이 제작한 자체 레이더를 부착해 사용 중이다. 99년엔 F-16을 기본 모델로 최신 전투기 F-2를 독자 개발했다.

후발국인 인도네시아도 96년부터 대형 항공기 개발을 시작, 현재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대만은 80년대 독자 개발한 전투기(IDF) 1백30대를 실전 배치했다.

◇ 큰 성장잠재력=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우리의 항공산업 잠재력을 크게 본다. 국가의 방위비 지출 규모와 항공산업의 발달 정도가 비례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우리의 방위비 규모는 연간 15조원대로 세계 10위권에 든다. 인구와 국민 교육수준도 경쟁국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이런 좋은 여건에 정부의 대규모 투자와 기술 도입을 더해 첨단산업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는 게 항공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세종대 항공산업연구소 배기형 교수는 "항공산업은 21세기를 주도할 고부가 산업이므로 과감한 투자가 절실히 요구된다" 며 "F-X사업은 첨단 기술을 함께 들여올 절호의 기회" 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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