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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판매 펀드' 출시 잇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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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일정 기간 독점적 판매를 인정받는 '배타적 우선 판매권' 펀드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배타적 우선 판매권은 금융업계의 신상품 베끼기를 막아 독창적인 상품 개발 의욕을 북돋워주기 위해 만든 제도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2002년 제도 도입 이후 현재까지 모두 12건이 배타적 우선 판매권을 인정받았다. 특히 지난 8월 이후 신상품 4건이 잇따라 나왔다. 증권업계도 이제껏 모두 11건이 일정기간 배타적 사용권을 받았다.

◆어떤 펀드가 있나=자산운용협회는 지난 26일 개최된 상품심의위원회에서 아이투신운용의 '아이 리치(I Rich) 꿈모아 펀드'와 칸서스자산운용의 '칸서스 하베스트 주식투자신탁'에 각각 2개월간 배타적 우선 판매권을 줬다. '아이 리치 꿈모아 주식펀드'는 투자자의 위험 성향에 따라 펀드를 선택할 수 있고 펀드별로 주가지수대에 따라 주식비율이 달라지는 적립식 펀드다. 평균 매수단가를 낮추는 효과를 강조하는 기존의 적립식 펀드와 달리 주식을 쌀 때 사고 비쌀 때 파는 전략을 시스템적으로 도입했다고 아이투신 측은 밝혔다. 투자기간은 3년 이상이며 현대증권과 SK증권 등에서 판매한다.

'칸서스 하베스트 주식투자신탁'은 투자기간이 길수록 수수료율이 낮아지는 펀드로 금액에 따라 별도의 수수료 체계가 적용되는 국내 최초의 멀티클래스펀드다. 이 회사 박철홍 상품개발팀장은 "3~5년 정도 장기 투자할 경우 다른 적립식 펀드에 비해 수수료가 1%포인트가량 저렴하다"고 말했다. 현재 메리츠증권.하나증권.대신증권에서 판매 중이다.

이 밖에 삼성그룹주와 현대차그룹주 등 특정회사 주식에만 한정해 투자하는 섹터펀드인 동원 그룹섹터투자신탁도 판매되고 있다.

◆문제는 없나=독점적인 판매기간이 너무 짧다는 불만이 많다. 증권협회 관계자는 "금융감독 당국의 지시에 의해 은행.증권.투신 등 금융계에 일괄 도입됐지만 독점 판매기간이 너무 짧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삼성증권이 SMA(MMF와 은행 계좌 기능을 통합한 상품)에 대해 특허 신청을 한 것처럼 업계에서는 최장 6개월에 불과한 배타적 사용권 대신 아예 특허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품 선정을 둘러싼 잡음도 있다. 최근 독점 판매권을 받은 일부 상품의 경우 "이미 예전에 시장에 있던 상품" "상품이 새로운 게 아니라 제도가 새로운 것" 등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상품의 독창성이 반드시 판매 성공을 보장하지도 못했다. 미래에셋투신운용과 맵스자산운용 등 일부 회사가 내놓은 상품은 큰 인기를 누렸지만 배타적 우선 판매권 1호 상품인 '삼성 Silver Best 혼합투자신탁'처럼 수요가 없어 곧바로 사라진 상품도 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독창성이 뛰어날수록 상품 구조가 어려운 경우가 많아 투자자들이 이해하기 힘들어 한다"며 "쉬운 상품이 아무래도 잘 팔린다"고 말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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