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밴드 슬립낫 내달 7일 내한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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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조용히 앉아 음악을 감상하는 게 지겹다면, 속에 숨겨둔 열정을 폭발하듯 분출시키고 싶다면, 딱 맞는 콘서트가 있다. 극단적인 과격함으로 똘똘 뭉친 하드코어 록밴드 슬립낫이 다음달 7일 처음으로 내한 공연을 연다.

이들의 무대는 철저한 익명성에 갇혀 있다. 멤버의 이름 대신 #0부터 #8까지 번호를 붙여 부른다. 개성을 지워버린 듯한 검은 옷에 몸을 가둔다. 음악 외의 것은 철저히 차단시키는 방법이다.

공부 외의 것에는 신경쓰지 않게 하기 위해 교복을 입히고, 이름 대신 번호를 부르던 중.고등학교를 연상시킨다. 9명의 멤버 전원이 끔찍할 정도로 기괴한 가면을 쓰고 무대에 선다.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무대에서 이들의 얼굴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한다. 각종 특수효과와 괴기스러운 무대장치를 동원해 공포영화를 보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보컬.드럼.베이스 각각 한 명과 기타.퍼커션 각 두 명, DJ.샘플러까지 포함된 9인조 대형 밴드이다 보니 그 어떤 밴드 보다 강렬하게 무대를 압도하는 사운드를 뽑아낸다.

1999년 발매한 이들의 첫 앨범 'SLIPKNOT'은 전 세계 250만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2001년 발매한 2집 앨범 'IOWA'는 영국.캐나다 1위, 미국 3위를 기록하는 등 각국 차트 상위권을 차지했다. 지난 5월에는 3집 앨범 'The Subliminal Verses'를 발매했다. 그러나 이들은 앨범 작업 보다는 라이브 공연을 하면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음반으로 우리 음악을 평가하지 말라. 공연장에서 몸으로 느끼고 본 뒤 평가하라"는 이들의 무대가 한국 록 매니어의 갈증을 시원하게 씻어줄 수 있을까.

공연장에서 슬립낫이 보여줄 무대 매너뿐 아니라 객석에서 광적으로 뛰어다닐 관객들의 모습도 기대된다. 공연은 11월 7일 오후 5시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다. 2.3층 좌석(7만7000원)보다 1만원 비싸긴 하지만 1층 스탠딩석(8만8000원)이 공연을 제대로 즐기기에 적합할 듯. www.allaccess.co.kr, 02-3141-3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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