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 '군용기 충돌'] 부시 외교위기 탈출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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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부시 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맞은 외교위기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언론과 외교 전문가들은 "숙제는 여전히 많이 남아 있지만 부시 대통령이 지도력에 별다른 손상을 받지 않고 외교시험을 그런대로 잘 치러냈다" 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승무원들이 풀려났다는 소식을 들은 뒤 "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했다. 우리 팀은 사고를 위기로 만들지 않았다" 며 만족을 표시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조 몬트빌 연구원은 부시 대통령이 의회 내 보수파 의원들의 강경한 목소리에 흔들리지 않은 것을 크게 평가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은 강성 의원들의 요구가 자신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했으며 이는 성숙한 외교의 승리" 라고 말했다.

AFP 통신은 "그동안 비판자들은 부시 대통령의 외교경험 미숙을 '시한폭탄' 이라고 비꼬았는데 부시 팀은 이제 이런 비판을 맞받아칠 수 있을 것" 이라고 평가했다.

결과적으로 부시 대통령은 첫째 시험을 통과했지만 그 과정에서 대가를 안치른 건 아니다.

'핵심 외교정책 연구소' 의 존 거쉬먼은 "부시 행정부는 감정적인 언사로 사건 초기 며칠을 낭비했다" 며 "중국이 원한 것은 부시 대통령의 강의를 듣는 게 아니라 지역의 대등한 존재로 인정받는 것" 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초기에 과속했던 부시 대통령은 시간이 흐르면서 현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막판에 부시 대통령은 딕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등 매파그룹의 강경론보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온건론을 선택해 위기국면을 벗어났다.

이번 경험을 통해 부시는 리더십이 좀 더 성숙해졌고 외교에 대한 자신감도 어느 정도 갖게 됐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일방적인 강성외교가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취임 초기와 같은 마구잡이식 밀어붙이기 외교에서 탈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을 잠재적 적국으로 보는 것이 부시 행정부의 기본시각이기 때문에 양국의 갈등은 형태와 방법을 달리하면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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