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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 말할 수 있다' 세 번째 시리즈 방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조명해 화제가 됐던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가 28일 세번째 시리즈를 시작한다.

이번에는 보도연맹 사건, 5.16 쿠데타, 반민특위, 구미유학생 간첩단 사건, 자유언론 실천선언 등 15개의 사건을 다룬다. 방영시간은 현재 'MBC스페셜' 과 같은 시간대인 매주 금요일 밤 11시5분.

보도연맹 사건을 소재로 한 첫 회는 2부작으로 방영된다. 보도연맹이란 1949년 좌익 전력자를 자수시켜 만든 사상교화단체로 6.25 초기 이들에 대한 처형이 전국에 걸쳐 자행됐다.

첫째와 둘째 시리즈는 각각 1999년 9~12월에 13편, 지난해 6~10월에 15편이 나갔다. 시리즈 별로 주제가 다른 게 아니라 증언자가 나서는 아이템을 우선적으로 내보내는 식이다.

이 프로그램은 두 번의 시리즈에서 "증언자 확보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성실하게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는 평가를 받았었다.

이채훈 책임PD는 "첫째.둘째 시리즈와 기본적인 틀은 같다" 며 "다만 이번에는 분단 이후 한.일 관계를 생각할 때가 된 것 같아 일본 관련 기획을 많이 선정했다" 고 밝혔다.

65년 한.일 수교 당시 식민지배에 대한 일본의 배상금이 3억달러로 결정된 경위를 추적하는 '한일협정' , 재일동포의 인권 문제를 다루는 '재일동포 차별정책' , 일본 자위대의 한국전쟁 참가설을 다룰 '6.25 일본군 참전' 등이 그것이다.

세 번째지만 제작진의 고민은 여전하다. '이제는 말을 해야 할' 사건 당사자들이 여전히 증언을 꺼리기 때문이다. 그들은 대부분 우리 사회의 지도층 인사이거나 고위 관료를 지낸 사람들이다. 분단과 6.25를 거치며 좌.우익간 대립에서 비롯된 사건을 많이 다루다보니 색깔론 시비에 휘말리게 되는 것도 제작진의 고민이다.

정길화 PD는 "한 전직 고위관리를 증언 대상자로 섭외할 때 그가 '감옥에 갔다 온 좌익인사나 범죄자들이 이제야 억울하다고 하소연하는 그런 프로그램 아니오□' 라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며 제작에 따르는 고충을 전했다.

결국 모든 고민은 프로그램의 제목처럼 '이제야' 그같은 사건을 다루는 이유가 무엇이며, 왜 당사자들이 입을 열어야 하는지를 제시해야 하는 부담으로 모아진다.

게다가 다른 역사 다큐에서 조금씩 다뤄진 소재들이다보니 신선한 느낌도 덜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증언 부족을 어떻게 극복해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일지 관심이 간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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