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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웰빙] 매운 맛 일본 식탁 점령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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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일김치 담그기

▶ 재료=배 반개, 사과 반개, 감 반개, 무 50g, 배춧잎 1장, 미나리 3줄기, 청양고추 1/2개

▶ 국물 재료=간장 1큰술, 설탕 1큰술, 식초 1큰술, 물 1/2컵

▶ 만드는 법=배.사과.감.무.배춧잎은 먹기 좋은 크기로 나박썰기를 한다. 미나리는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빼고 새끼손가락만한 길이로 썬다. 국물 재료를 잘 섞어 준비한 재료를 넣어 내면 끝.

만일 외국인이 한국 사람이랑 똑같이 음식을 만들고 먹고 싶다고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더군다나 한류 열풍에 휩싸인 일본인이 원한다면 답은 그렇게 쉽지 않다.

다른 외국인이라면 김치에 불고기 정도면 무난하겠지만 일본 사람들은 이미 익숙한 음식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화두가 푸드스타일리스트 겸 요리연구가로 활동하는 조은정씨에게 떨어졌다. 일본 굴지의 출판사인 강담사(講談社)에서 일본어로 된 한식 요리책을 제안한 것. 그런데 요구 사항이 간단하지 않다. 한국 요리책을 번역하는 수준은 곤란하단다.

일본 현지인이 한국 사람처럼 만들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단다.

조씨가 골똘하게 궁리해낸 것이 '고추장''나물''전'. 이 세 가지를 한국 음식의 키워드로 꼽은 것이다.

"흔히 한국 음식을 손맛이라고 하지요. 그건 결국 양념을 어떻게 하느냐는 것과 통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간장이나 된장은 일본에도 있어요. 맛에 약간 차이가 있긴 하지만…. 그러나 고추장은 아직까지 일본에서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고추장만 있으면 맨밥도 아주 맛있게 먹을 수 있잖아요."

고추장을 쓰는 세 가지 별미밥이 떠올랐다. 뜨거운 밥 위에 버터를 올리고 사르르 녹을 때쯤에 고추장을 넣어 비벼먹는 버터비빔밥, 잔멸치를 고추장 양념으로 무침을 만들어 채소와 함께 더운밥에 비벼먹는 멸치비빔밥, 그리고 일본인이 좋아하는 참치회를 초고추장에 버무려 각종 야채와 함께 비벼먹는 참치회 비빔밥이 그것이다.

<사진 참조>

나물은 우리가 흔히 먹는 채소 반찬이다. 외국에서는 채소를 샐러드로 만들어 날 것으로 먹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데치거나 삶아서 나물로 만들어 먹는다. 채소는 각종 비타민의 공급원인 동시에 저열량.고섬유소로 건강에 아주 좋은 재료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성인병에 강한 것이 다 나물 덕입니다. 나물 반찬은 익혀 조리하기 때문에 양이 적은 것 같지만 실제 많은 양을 먹게 됩니다. 외국의 채소 샐러드는 부피만 크지 양은 얼마 되지 않지요. 게다가 우리네 나물은 제철이 아니더라도 언제나 먹을 수 있는 매력이 있어요. 나물을 말려 갈무리해두면 나중에 먹고 싶을 때 불려서 조리하잖아요. 대표적인 것이 정월보름에 먹는 묵은 나물 아닙니까."

무나물.시금치나물.미역무침 등은 변비에도 좋아 일본인에게 소개할 만한 나물이란 생각이다.

"우리 음식 중에 전이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프라이팬.채소.밀가루는 있으니까요." 조씨는 호박.파.명태포.새우 등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전 요리를 소개한다면 한국 요리의 세계화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씨가 마지막으로 꼽은 것은 과일김치.

"김치 하면 외국인들은 우선 매운 음식으로 생각하고 만들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 역시 결혼해 처음 만든 김치를 망친 적이 있으니까요. 과일김치는 맵지도 않고 만들기가 쉬워 외국인도 쉽게 김치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줄 겁니다."

과일김치는 한국인에게도 생소한 것인데 배.사과.감 등 각종 과일과 배추.무.설탕.마늘.생강.간장.청양고추 등으로 간단하게 만든다.

<만드는 법 참조>

"과일김치를 통해 한국 김치 만들어 먹기에 재미를 붙인다면 한걸음 더 나아가 샐러드풍의 겉절이 야채김치를 거쳐 오이소박이까지 배우고, 김장김치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이같은 얼개가 간단히 나온 것은 아니다. 조씨는 출판사 측의 제안 전화를 받고 그 자리에서 "예, 좋습니다"란 답을 하지 못했단다. 이미 한국에서 출판한 요리책만도 10여권에 달하지만 외국인을 상대로 한국 요리를 축약해 알려주는 일이 간단치 않기 때문이었다. 우리 음식의 매력을 이웃나라에 제대로 알릴 기회를 놓칠 순 없어 며칠 동안 고민한 끝에 일단 수락했다.

"우선 쉽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대원칙을 정했지요. 신선로처럼 우리 주부들도 감히 엄두를 낼 수 없는 요리는 배제했습니다. 서가의 장식용이 아닌 주방에 놓고 언제든지 따라할 수 있는 한식 요리책으로 방향을 잡았더니 출판사 측도 상당히 반기더라고요."

큰 울타리는 정했지만 정작 요리책에 담을 내용을 구체적으로 결정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밥은 일단 제쳐두고 국만 따져도 미역국.북어국.콩나물국 등 수십 가지는 족히 넘는 현실을 감안해 숱한 고민 끝에 세 가지 키워드를 정해 이를 설명하는 형태를 취했다.

조씨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일본에서 만드는 진짜 한국요리'를 펴내 도쿄.오사카 등 일본 전역의 서점에 내놓았다.

글=유지상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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