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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장 이색모임] 광주 '어머니 시 사랑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꽃잎이여 그대

다토아 피어

비 바람에 뒤설레며

가는 가냘픈 살갗이여.

그대 눈길의

머언 여로(旅路)에

하늘과 구름

혼자 그리워

붉어져 가노니

저문 산 길가에 져

뒤둥글지라도

마냥 붉게 타다 가는

환한 목숨이여.

김순와(46)씨가 기자에게 e메일로 회원 명단을 보내며 메일 앞머리에 붙인 신석초 시인의 ‘꽃잎 절구(絶句)’다.‘광주 어머니 시 사랑회’회장,뭔가 달랐다.기분이 상큼했다.

이 시낭송가들의 모임은 1993년 4월에 생겼으나 회원은 21명으로 많지 않은 편.시낭송대회에서 입상한 적이 있는 주부만 참여시켜 왔기 때문이다.지난해부터 남녀노소 모두에게 개방했지만 시낭송대회 수상 경력이 없으면 준회원으로 1년 동안 활동한 뒤 정회원이 된다.

현재 회원들은 30대 초반부터 50대 초반까지의 아주머니들.절반 가량은 등단까지 하고 시·수필 등을 쓰거나 동화 구연을 하는 재주꾼들이다.

월례 모임은 첫째 주 수요일 낮에 갖는다.대개 자연 속에 자리한 전통찻집이나 경치 좋은 정자(亭子)에 가서 한다.이달 모임은 지난 4일 화순군 동면 서성저수지 가의 한옥 찻집에서 물과 서암절벽을 바라보면서 했다.

모임은 각자 좋아하는 시들을 돌아가며 낭송하는 식으로 이뤄진다.시인·시에 대해 토론하고 절기에 맞는 화제로 담소를 즐기기도 한다.

서너달에 한번씩은 시인을 직접 찾아가 시를 쓴 배경과 작품세계 등을 듣거나 시인의 생가나 시비(詩碑)를 기행한다.

문학회·출판기념회를 비롯한 각종 행사에 초청받아 시를 낭송해 주는 일도 빼놓을 수 없는 활동 중 하나.특히 11,12월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여기저기 부르는 곳이 많고 12월 초순마다 문예단체들과 ‘시와 노래와 춤의 만남’이벤트를 펼쳐야 한다.

수필가이기도 한 김순와(46)회장은 “시낭송은 시에 곡을 붙여 새롭게 창작해 시의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또하나의 장르”라며 “가슴에 꽃을 가꾸고 시를 담고 살면 인생이 풍요롭고 내면이 성실해진다”고 말했다.

회원은 ▶오소후(전남과학대 강사)▶김순와▶이미영(한국무용가)▶박삼숙(불교 교화위원)▶김경애(튼튼영어 교사)▶최귀임(iTV 교육문화 광주본부장)▶김세린▶이경은(직업상담사)▶전숙경(광주여대 사회복지학과 재학)▶양명희(동화구연가)▶임옥선▶조미경▶류효수(삼성생명)▶김정희(시인)▶김혜정(포장디자이너)▶박성애(담양 대성학원)▶정혜영(시인)▶김정숙▶오연숙▶김연숙(사회복지사)▶모애자(〃).

문의 062-681-9976.

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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