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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기 스트레스 풀기

중앙일보

입력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전진하(분당 대현초 1)군은 첫 학교 생활을 씩씩하게 잘 보내고 있다. 하지만 전군의 어머니 양시정(35·경기도 분당)씨는 “잘 적응하는 것처럼 보여 마음이 놓인다”면서도 “유치원과 다른 학교 생활에 가끔 힘들어 하는 모습이 안쓰러울 때가 있다”고 말했다. 양씨처럼 걱정하는 학부모들을 위해 자녀들의 스트레스 해소를 돕고 정서를 안정시켜줄 다양한 마음 치료법을 알아봤다.

[요리 치료]
감정 몰입해 두드리면 스트레스 풀려

“쾅쾅쾅! 화났던 일을 생각하면서 힘껏 두드리세요.” 지난 9일 경기도 분당의 한 가정집. 차혜환(분당 불곡초 1)양이 비닐팩 속에 넣은 삶은 감자를 손으로 두드려 힘차게 으깨고 있다. 큼직한 알감자가 납작해질 때까지 실컷 두드리고 나니 바짝 긴장했던 마음이 한결 차분해지는 느낌이다. 수업을 진행한 한국요리치료협회 최윤주 회장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우리몸에선 영양소를 소비해야 하는데 이때 감자의 비타민C가 아주 효과적”이라며 “감자로 요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두드리고 만지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완성작은 맛있게 먹어 영양소를 보충하니 일석이조”라고 설명했다.

으깬 감자를 이용해 경단을 만드는 과정은 재료를 두드리며 발산한 감정을 추스르는 단계다. 부드럽게 으깨진 감자를 손으로 주물러 모양을 잡으면 달콤한 감자의 향과 부드러운 질감이 후각과 촉각을 자극한다. 여기에 잘게 썬 시금치를 함께 버무리면 진한 초록빛이 시각적인 안정감까지 준다. 수업에 참여한 차지환(분당 불곡초 5)양은 “감자 하나를 요리했을 뿐인데 기분이 훨씬 좋아졌다”며 “재료를 잘게 부수고 뭉쳐가며 요리를 만드는 과정이 나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 같아 재미있다”고 말했다.

[음악 치료]
마음 가라앉히는 ‘G선상의 아리아’

새학기 들뜬 기운을 가라앉혀 안정을 찾도록 돕는 데는 음악도 좋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한방음악치료센터 이승현 소장은 “새학기에 긴장하거나 두려우면 폐와 간에서 열이 올라오고, 이 열을 몸 밖으로 분출하기 위해 아이는 산만하게 움직이게 된다”며 “차분하고 정적인 음악은 이런 기운을 몸 안으로 끌어들여 원기를 회복하고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소장이 추천한 곡은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 온음표 위주로 비슷한 멜로디가 길게 지속되는 곡의 형식이 들뜬 상태의 정신을 가라앉히고 마음을 편안하게 유도한다.

소화를 돕고 식욕을 향상시키는 음악도 있다. 생상의 ‘백조’는 아이가 식사할 때 들려 주면 좋다. 4분 음표가 주된 멜로디를 구성하는 첼로의 선율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변화하면서 위장의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 소장은 “바이올린 음색이 흥분·자극적이고 더블베이스가 침잠·음울한 느낌을 주는 데 비해 첼로의 음색은 안정적”이라며 “아이의 긴장을 해소하고 식욕을 향상시키기 위해 어떤 곡을 골라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보통 빠르기의 정(靜)적인 첼로곡을 고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술 치료]
자신이 생각하는 자기 모습 직접 그려보게

자녀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자기 모습과 선생님 모습, 엄마 모습을 그려보게 하면 자녀의 심리상태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표현된 내용이 걱정스럽다면 미술 치료를 고려해보는 것도 좋다.

차병원 미술치료클리닉 김선현 교수는 “학교 부적응 완화를 위해 실시한 집단 미술치료에 참여한 아동들의 일상적 스트레스 수준이 치료를 받지 않은 아동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며 “상태가 심각한 아동의 경우 가정에서의 지도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오히려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가를 찾아 상담할 것”을 당부했다.

[사진설명]요리치료는 음식을 만드는 과정 뿐 아니라 색채와 영양소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진하군이 진한 초록빛으로 시각적 안정감을 주는 시금치를 잘게 다지고 있다.

<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 사진=김경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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