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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평양발 국제선' 늘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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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국제사회를 향한 북한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그동안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던 서방 국가들과의 수교를 더욱 가속하는 한편 유엔 산하기구를 비롯한 국제기구와의 협력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5일 평양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10기 4차회의에서 행한 홍성남(洪成南)북한 총리의 발언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그는 "우리나라를 우호적으로 대하는 세계의 모든 나라들과 완전한 평등과 자주성, 호상(互相)존중과 내정불간섭의 원칙에서 대외관계를 전면적으로 확대 발전시켜 나아가며 국제기구 사업에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 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내각의 2001년 과업으로 '새 시대의 요구에 맞는 강력한 국가경제력 건설' 을 제시하고, "대외무역을 발전시켜 경제를 활성화하자" 고 역설했다.

북한은 지난 5일 쿠웨이트와 대사급 외교관계를 수립한 것을 포함해 올해 들어서만 네덜란드(1월 15일).벨기에(1월 23일).캐나다(2월 6일).스페인(2월 7일).독일(3월 1일).룩셈부르크(3월 5일).그리스(3월 8일).브라질(3월 9일).뉴질랜드(3월 26일) 등 10개국과 수교했다.

이와 함께 북한은 1995년 대북(對北)식량지원으로 본격화한 국제사회와의 접촉도 최근 들어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이들을 대하는 북한의 태도가 상당히 유연해져 관심을 끌고 있다.

북한 내에서 구호활동을 하고 있는 유엔식량계획(WFP)을 비롯해 유엔개발계획(UNDP).유엔아동기금(UNICEF).세계보건기구(WHO) 등 유엔 산하단체와 월드비전.카리타스 등 비정부기구(NGO)들에 대한 대북지원 모니터링(분배 감독활동)도 점차 완화되고 있다.

유엔 산하단체와 NGO 등 21개 단체는 9일 유엔 인도지원국(OCHA)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성명에서 "북한이 98년에 비해 12개의 군(郡) 접근을 확대, 허용했으며 모니터링을 위한 수혜자 가정방문도 이뤄지고 있다" 고 공개했다.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미국 부시 행정부와의 냉랭한 관계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유럽연합(EU)국가를 중심으로 외교관계를 확대하고 국제사회와의 협력에 부쩍 관심을 보이는 것은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신사고를 외교.대외 경제전선에 반영한 결과일 것" 이라고 풀이했다.

국제사회의 지지기반을 넓히는 한편 당분간 체제유지에 필수적인 대외원조를 보다 많이 이끌어내겠다는 의도가 들어 있다는 얘기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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