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시장에 거인이 다가온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4면

무시무시한 제품이 네티즌들 앞에 다가온다.

올 가을 출시를 앞두고 전세계가 긴장하고 있는 차세대 제품 '엑스(X)박스' 얘기다. 게임기인지 PC인지 헷갈릴 정도의 고성능에 온라인 접속기능까지 갖춰 PC의 자리를 위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엑스박스는 마이크로소프트(MS)사가 가정용 게임기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Ⅱ를 따라잡기 위해 처음 게임기 쪽으로 발을 뻗는 야심작이다.

MS는 엑스박스를 위해 제품이 나오기도 전에 홈페이지(http://www.xbox.com)를 만들어놓고 1년 전부터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다. 개발 비용 1억달러 외에 마케팅 비용도 약 5억달러를 쓸 계획이다. MS의 신제품 중 가장 많은 돈이 들어가는 셈이다.

엑스박스 게임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한 국내 게임업체들의 공세도 치열하다. 거의 모든 국내 게임업체들이 엑스박스용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뛰고 있다고 보면 된다.

◇ 엑스박스 어떤 제품이길래〓MS가 공개한 엑스박스의 성능은 7백33㎒의 중앙처리장치(CPU), 10GB의 하드디스크, 2백50㎒의 그래픽 칩에 온라인 접속기능까지 갖고 있다. 게다가 DVD 기능도 갖춰 가전제품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예상 판매가격은 대당 3백75달러(약 50만원).

엑스박스용 게임 소프트웨어를 개발중인 디지털드림스튜디오의 심광은 이사는 "일반 PC와 사양이 비슷하고 시중에 나와있는 가정용 게임기보다 그래픽 처리속도가 3배 정도 빠를 것" 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최근 또 하나의 폭탄 선언이 나왔다. MS와 NTT커뮤니케이션이 일본에서 엑스박스와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결합하기 위해 손을 잡기로 한 것.

엑스박스는 국내에는 내년 하반기께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MS코리아 권찬 부장은 "한국 출시 시기를 최대한 당기려고 본사와 협상 중" 이라고 밝혔다.

◇ 국내 게임업체들의 구애작전〓MS 권찬 부장은 "대부분의 국내 게임업체들이 미국 MS본사.일본MS사의 엑스게임 개발팀과 접촉 중" 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들 중 정식으로 MS와 계약한 업체는 디지털드림스튜디오와 판타그램 정도다. 디지털드림스튜디오는 미국 MS본사와, 판타그램은 일본 MS사와 계약을 하고 엑스박스용 게임 개발키트(kit)를 들여올 예정이다.

디지털드림스튜디오는 '아크' '런딤' 과 스노우모빌 레이싱게임인 '스키두(가칭)' 등 다섯 종류의 게임을 엑스박스용으로 개발중이다. 2개는 올 10월께, 3개는 내년에 출시된다.

판타그램은 현재 PC용 게임으로 개발돼 판매 중인 '킹덤 언더 파이어' 를 엑스박스용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이 게임은 세계 32국에 발매돼 지금까지 총 40만장이 팔린 네트워크 전략 게임. 판타그램 이상윤 사장은 "영문판.일어판.프랑스판으로 동시에 개발할 계획이며 내년 중 개발을 마칠 계획" 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엔씨소프트와 넥슨 등의 업체도 MS와 접촉 중이다. 국내업체들이 엑스박스를 잡기 위해 나서는 것은 70억 달러에 이르는 가정용 게임기 소프트웨어 시장이 그동안 국내 업체들이 주력했던 PC게임 시장보다 두 배나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PC게임과 개발환경도 비슷하다. 디지털드림스튜디오 심이사는 "엑스박스의 출시는 국내 개발사들이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