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생 암기만 잘하고 응용력은 빵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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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국교육과정평가원(http://www3.kice.re.kr)의 중.고교생 대상 국어.영어.수학.사회.한자 성취도 검사 결과 학력저하 현상이 여러 과목에서 두드러졌다.

'봄 가을, 또는 어른의 나이를 높여 부르는 말' 의 한자어인 춘추(春秋)를 쓸 줄 아는 중3 학생은 전체의 18%.

'實事求是(실사구시)' 란 한자 성어를 주고 한글로 음을 달라는 문제엔 고교 2학년생 46%가 단 한 글자도 음을 쓰지 못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에서 영어를 배우고 있지만 고교 2학년생의 40.3%가 '친구에게 생일파티 초대장을 영어로 쓰라' 는 문제에 단 한 글자도 쓰지 못하는 수준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배우는 비례식을 이용해 푸는 문제에는 고 2의 43.9%가 '0점' 을 받았다. 특히 취약한 학년.과목.분야는 중학교 3학년의 사회(공통사회.지리.역사)과목 중 '의사소통 및 참여(자신의 의견.주장을 매체를 통해 타인에게 전달)' 분야였다. 전체의 63.4%가 기초학력 미달 상태다.

교과서에 나온 풍자화를 제시하고 그림이 표현하는 내용을 글로 표현하는 문제의 정답률은 17%에 불과했다.

평가원 관계자는 "암기 위주 교육의 영향으로 기초적인 지식이나 사실을 묻는 사지선다형 문항에는 강한 반면 자료에 대한 정확한 해석이 필요한 문항이나 복합적 사고력을 요구되는 문항에 약했다" 고 분석했다.

중학교 사회과목에서는 광역시, 중소도시, 읍.면지역 학생들보다 서울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지역 학생들의 경우 특히 역사 분야 성적이 가장 떨어졌다.

이는 국어.영어.수학 등의 과목에 비해 입시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어 그만큼 등한히 한 때문으로 분석됐다.

고교 수학에서는 초.중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실생활 문제와 결부해 푸는 문제에 약점을 나타냈다. 이에 반해 공식을 대입해 기계적으로 푸는 문제에는 비교적 강한 편이었다.

국어에서는 중.고교 모두 쓰기 영역에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가장 많이 나왔다. 문학작품 등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서술하는 고교 문제에서는 전체 학생의 41.5%가 '0점' 이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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