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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가 조성우씨 미국 음반시장 노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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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약속' '8월의 크리스마스' '정사'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선물' ….

영화팬들을 행복하게 만든 따뜻한 감성이 살아있는 한국 영화들이다. 이 작품들의 음악을 도맡아 만든 이는 영화음악 작곡가 조성우(38.사진)씨다.

1996년 김성수 감독의 영화 '런어웨이' 로 데뷔해 지금까지 모두 열네 편의 한국 영화 음악을 만든 조씨가 한국 대중음악가로서는 사실상 처음으로 미국 음반 시장에 진출한다. 유럽의 인기 2인조 뉴에이지 뮤지션 시크릿 가든이 오는 가을 미국에서 발매할 '시크릿 가든 베스트 앨범' 에 조씨의 작품 한 곡을 삽입하기로 최근 계약했다.

새 앨범 '드림캐처' 로 다시 인기 몰이에 나선 시크릿 가든은 오는 겨울 전세계에 내놓을 새 정규 앨범에도 조씨의 노래를 사용할 예정이다. 현재 작곡가.프로듀서를 겸하고 있는 가수 박진영이 미국 인기 가수들에게 주기 위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노래를 만들고 있지만, 미국 시장에서 발매될 유명 뮤지션의 앨범에 한국인의 곡이 들어가기는 조씨가 처음이다. 시크릿 가든과는 현재 상영 중인 영화 '선물' 의 영화 음악을 함께 만들면서 인연을 맺었다.

앞에 든 영화 이외에도 '여고괴담2' '플란다스의 개' '킬리만자로'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순애보' '천사몽' 등 최근 2~3년 사이 나온 주요 한국 영화의 음악을 제작해온 조씨는 곧 박사학위를 취득할 철학도로, 지난 학기까지 모교인 연세대에서 철학을 강의했다.

"대학 시절 대학생 밴드 킨젝스에서 기타를 쳤어요. 철학 공부를 하면서도 음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고 특히 영상과 음악이 조화를 이뤄야 하는 영화음악에 강한 매력을 느꼈지요. "

조씨는 92년 대학 후배 허진호 감독의 단편 영화 '고철을 위하여' 의 음악을 만들면서 영화 음악의 세계에 발을 디뎠다. 98년 '8월의 크리스마스' 로 대종상 후보에 오르면서 기존의 팝송을 모아 만드는 영화 음악 제작자가 아니라 창작곡을 만드는 실력있는 작곡가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박중훈 주연의 스릴러 '세이 예스' , 유지태.이영애 주연의 멜로물 '봄날은 간다' 등의 음악을 만들고 있는 조씨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만들었지만 남들의 평가도 그렇고 스스로도 잔잔한 멜로물에 가장 강하다고 생각한다" 고 말했다.

조씨는 "적당한 외국곡을 모아 영화 음악으로 사용하면 당장은 편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영화와 대중음악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 며 "보다 많은 감독과 음악가들이 창작 음악에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 고 말했다.

글〓최재희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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