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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보기] 마스터스만의 별난 전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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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이번 주 미국 조지아주의 작은 도시 오거스타에서는 최고 권위의 골프대회로 일컬어지는 마스터스대회가 열린다. 우리는 마스터스대회가 매년 첫 메이저 대회이기 때문에 주목하고 있으나 미국 골퍼들은 4월의 첫 주를 '마스터스 위크' 로 부르며 특별히 기리고 있다.

US오픈이나 영국오픈에 비해 오래된 대회도 아니고 그렇다고 상금이 많은 것도 아닌 대회를 최고의 대회로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이 구성(球聖)으로까지 부르는 불세출의 골퍼 바비 존스가 만든 대회라는 점과 지난 66년간 한번도 바뀌지 않고 전해 내려오고 있는 마스터스만의 별난 전통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대회가 시작되면 갤러리들은 경기장에서 뛰어다닐 수 없고 망원경을 사용해 경기를 관람하는 행위도 저지되며 사진 촬영 역시 금지된다. 사인회는 없고 팬들은 클럽하우스 옆 주차장에서만 사인을 받을 수 있다.

선수들은 연습라운드 때 한개의 공만을 사용하도록 권유받는다. 다른 대회에서처럼 여러 개의 공을 갖고 연습하다가는 언제 보따리를 싸야 할 지 모른다. 이에 불만을 품고 불경한 발언을 하면 다음 해부터는 초대받지도 못한다.

고상하지 못한 말도 제재를 받는다. 1966년 CBS의 잭 휘태커는 18번홀 주변에 둘러선 갤러리들을 '군중떼(mob)' 라고 표현, 다음 해부터 초청이 취소됐다. 94년 시니어 투어 선수인 게리 매코드는 매끄러운 그린을 빗대 "봉긋한 비키니에 왁스칠을 한 것 같다" 고 해설하다 즉각 해고됐다.

마스터스대회 장소인 오거스타클럽은 여성 회원을 받지않고 있다. 이를 비판했다가는 회원 자격을 잃는다. 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클럽의 결정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그러나 규정은 아무도 모른다. 회원권이라는 것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마스터스를 여섯번이나 석권한 잭 니클로스도 회원이 아니며 세계 최고의 갑부인 빌 게이츠도 해마다 회원신청을 하고 있으나 아직 연락을 받지 못하고 있다. 막강한 미국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 아이젠하워만이 유일한 회원이다. 골프에 대한 열정만으로는 빌 클린턴 대통령이 회원이 될 법하나 여성문제로 꿈도 꿀 수 없다.

마스터스의 중계는 CBS가 수십년째 독점하고 있다. 그러나 광고방송은 시간당 4분간만 허용된다. 마스터스대회의 스폰서는 캐딜락.IBM.트래블러스 인슈어런스 등 3사뿐인데 캐딜락과 트래블러스에 각 2분간 주어진다. 또 여자 해설가나 아나운서는 안된다.

CBS가 이같은 굴욕적인 조건을 받아들이는 이유는 중계료가 4백만달러로 다른 메이저대회(1천3백만달러)에 비해 엄청나게 싼 데다 클럽측이 사적인 대회임을 강조, 싫으면 그만두라고 하기 때문이다.

엄격하게 준수되는 이러한 비합리적인 규정이나 불평등한 요소가 마스터스대회의 권위를 높여주고 명성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권오중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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