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한국식(?) 수출 드라이브 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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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수출 드라이브 정책에 시동을 걸었다. 앞으로 5년 동안 수출을 두 배로 늘려 200만 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수출 관련 부처로 구성된 ‘수출진흥 각료회의(Export Promotion Cabinet:EPC)’를 신설하기로 했다. EPC엔 상무부·국무부·농무부와 무역대표부(USTR)가 포함될 예정이다. 또 대통령 직속으로 수출위원회를 둬 대외무역에 관해 자문하게 한다. 위원으론 보잉사의 짐 맥너니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와 우르술라 번스 제록스 CEO가 임명됐다. 수출입은행을 통한 무역금융 지원도 확대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미 수출입은행 주최 연례 콘퍼런스에 참석해 이런 내용의 수출진흥책을 발표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종합 수출지원책을 내놓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수출 드라이브 정책을 들고 나온 건 내수만으로 경기를 회복시키는 데 한계가 있어서다. 미국 경제에서 내수 비중은 72%에 달한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내수가 얼어붙었고, 실업률이 두 자릿수에 육박하다 보니 회복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 돌파구를 수출에서 찾으려는 것이다.

문제는 미국 경제구조에선 정부가 앞장서서 수출을 늘릴 여지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결국 오바마 정부는 무역 상대국이 시장을 더 열도록 압박하는 수밖에 없다. 표적의 한가운데에 중국이 있다. 미국 내에선 중국과의 무역에서 미국이 해마다 막대한 적자를 보고 있는 건 중국 위안화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기 때문이란 인식이 강하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날 연설에서 중국을 직접 거론했다. 그는 “중국이 좀 더 시장친화적인 환율체계로 옮아간다면 글로벌 불균형을 시정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세계적인 무역 불균형을 지적하며 중국 위안화를 언급한 건 이례적이다. 그는 지난달 초 민주당 상원의원과 만난 자리에서도 “환율 때문에 미국이 무역 경쟁에서 엄청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중국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다.

시장에선 다음 달 15일 미 재무부가 발표할 환율 조작국 명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환율 조작국으로 지명되면 미 재무부는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양자 협상을 통해 환율 조정에 나선다. 중국은 1992~94년 다섯 차례 환율 조작국에 포함됐으나, 이후론 명단에서 빠졌다.

중국도 미국 내 기류를 의식해 점진적으로 위안화 절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의 기대치를 충족시킬지는 미지수다. 미·중 무역 역조가 단기간에 눈에 띌 정도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박은 지금보다 훨씬 노골적이 될 공산이 크다.

한국·콜롬비아·파나마와 맺은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노력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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