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3천만원 못캤나… 없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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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검찰이 이석채(李錫采.56)전 정보통신장관에 대해 1996년 개인휴대통신(PCS)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LG측으로부터 3천만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입증 못하고 사실상 수사를 종결했다.

직권남용 혐의로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李씨의 계좌에서 발견된 3천만원의 실체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었다" 고 밝혔다.

李씨에게 돈을 준 것으로 알려진 정장호(鄭壯皓)전 LG텔레콤 부회장은 "3천만원을 준 적이 없다" 고 과거의 진술을 번복했고 李씨도 "H증권에 근무하던 친구에게 맡겼던 돈을 97년 10월 하와이로 출국하며 찾아갔다" 고 주장해 수사를 진전시킬 수 없었다는 것이다.

수사팀의 한 관계자는 "李씨의 계좌에 들어간 돈이 LG측으로부터 전해진 것이라는 심증은 가지만 현금이어서 추적이 쉽지 않다" 고 고충을 털어놨다. 그러나 98년 당시 수사팀은 "LG텔레콤측으로부터 李씨의 차명계좌로 3천만원이 입금된 사실을 계좌추적 결과 밝혀냈으며 대가성 여부는 李씨를 직접 조사하면 확인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발표했었다.

鄭전부회장도 당시 검찰에서 "3천만원을 줬다" 는 내용의 자술서를 쓴 바 있다.

결국 사건의 핵심이었던 이 부분이 빠진 채 2일 실시될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직권남용 부분) 결과에 따라 李씨의 사법처리 여부가 결정된다. 그러나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검찰이 李씨를 기소하더라도 법원이 李씨의 혐의를 인정할지는 미지수다. 李씨가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한 소신에 따른 정책 결정이었다" 는 주장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법원은 99년 외환위기 초래의 주범으로 재판정에 섰던 강경식(姜慶植)전 부총리에 대해서도 '정책결정은 사법처리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며 사실상의 무죄를 선고했었다.

당초 PCS사업자 선정 비리는 현정부가 들어서면서 감사원이 특별감사까지 실시, 문민정부 시절 실세로 통하던 김현철(金賢哲)씨와 김기섭(金己燮)전 안기부 운영차장 등과 李씨가 얽힌 커넥션으로 결론지었던 사건이다.

때문에 검찰은 李씨를 주범으로 몰아 미국에 범죄인 신병인도까지 요청했었다. 따라서 검찰은 李씨가 풀려날 경우 李씨에 대한 면죄부만 주는 수사를 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또한 검찰은 3년5개월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李씨의 입국을 두고 '정치적인 시나리오' 에 따라 수사한 것이 아니냐는 정치권 일각의 의혹에서도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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