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코스된 신공항 '볼거리 풍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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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24시간 운영되는 인천국제공항은 풍속도도 새롭다. 공항 자체가 관광객을 부르는 매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 심야 데이트족에서 노숙하는 배낭족까지 다양한 사람들로 공항은 하루종일 분주하다.

◇ 가족구경 코스로〓여객기 이착륙이 마무리된 29일 오후 11시30분쯤. 박영민(朴寧閔.54.인천시 서구)씨 가족 6명은 청사 곳곳을 돌면서 사진을 찍으며 심야관광을 했다.

같은 시간 배낭여행객 김택환(24.경산대3)씨는 공항 서쪽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30일 오전 출발하는 호주행 항공기를 타기 위해 대구에서 왔다는 그는 "서울에서 숙박하기는 아까워 예행 연습삼아 노숙키로 했다" 며 "춥지도 덥지도 않고 의자도 편해 3년 전 유럽에서보다 훨씬 낫다" 고 했다.

30일에도 가족단위 방문객들이 이어졌다. 공항 관계자는 "김포에서와는 달리 나홀로 출국자들이 많은 반면 신공항 구경을 겸해 온 가족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며 "주말이 피크가 될 전망" 이라고 말했다.

◇ 인기 집중 밀레니엄홀〓단일 건물로는 동양 최대라는 청사 건물도 아름답지만 이용객의 눈길은 청사 중앙의 밀레니엄 홀에 집중된다. 33m 높이의 건물 천장까지 훤하게 뚫린 데다 유리로 덮여 있어 햇살이 환하다. 20여m 높이의 나무들과 색색의 꽃들이 핀 정원도 있다. 홀 가운데 인공 시냇물이 흐르는 연못도 인기. 벌써 저마다 소원을 빌며 던진 동전이 수북하다.

밀레니엄홀 주변의 누드 엘리베이터 세대는 '귀신이 나온다' 는 소문으로 유명해진 곳.

한편 천장 조명과 간판이 그대로 비칠 만큼 반짝반짝하는 청사의 대리석 바닥도 "치마를 입으면 속옷도 보인다" 는 소문과 함께 호기심 어린 눈길을 받고 있다. 한 항공사 여승무원은 "한때 미니스커트 주의보가 돌기도 했으나 그 정도는 아니다" 고 말했다.

심야 데이트족들이 자주 찾는 청사 4층 C호텔 라운지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명소. 애인과 함께 자리를 잡은 尹모(28)씨는 "탁 트인 창을 통해 보이는 활주로에서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모습이 이국적" 이라고 말했다.

◇ 심야에도 바쁜 발걸음〓밤새 문을 여는 M편의점에서는 자정 무렵이 가장 바쁜 시간이다. 한 종업원은 "김포에서는 10시만 넘으면 발길이 뜸했는데 인천에서는 야근하다 출출해진 항공사.공사 직원 등이 자주 찾는다" 고 말했다.

24시간 영업은 아니지만 패스트푸드점.병원 등도 오후 10~11시까지 문을 연다. 다음달 중 심야 여객기 취항이 확정되면 철야영업을 할 예정.

이처럼 야간영업은 늘고 있지만 아르바이트 직원 구하기는 별따기다. 한 패스트푸드점 관계자는 "서울시내에서보다 시간당 1천원씩 더 주고 교통편을 제공해도 오려는 사람이 별로 없다" 고 말했다.

심야 주차장에는 수십대의 택시가 대기 중이다. 한 운전기사는 "공항 구경도 하고 잠도 자면서 새벽 손님을 기다린다" 고 말했다.

김창우.전진배.강병철.강정현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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