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국-독일 정상회담 난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미국을 방문 중인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가 29일 백악관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교토(京都)의정서 이행문제와 국가미사일방위(NMD)체제 등 양국간 현안을 집중 논의했으나 심각한 이견을 보였다.

부시 대통령과 슈뢰더 총리는 이날 부시 행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만나 약 두시간 동안 공동관심사와 국제현안을 폭넓게 협의했다.

그러나 회담 후 두 정상은 기자회견을 통해 "일련의 현안에 대해 상호 인식을 같이했으나 몇가지 사안에 대해서는 정중한 논의를 계속했음에도 입장의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고 밝혔다.

특히 양 정상은 교토 의정서 문제와 NMD체제에 대해선 크게 엇갈린 견해를 보였다.

슈뢰더 총리는 "대부분의 현안에 대해서는 의견이 같았으나 특히 교토의정서 문제와 관련, 양국 정상이 서로 다른 견해를 갖고 있었다" 고 말했다.

슈뢰더 총리는 부시 대통령에게 "독일은 오는 여름 교토의정서 이행을 위한 국제회의를 개최할 계획" 이라고 말하고 "미 정부가 최근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지구 온난화를 막으려는 교토(京都)기후변화협약을 준수하지 않기로 한 방침을 재고해 달라" 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미국은 경기후퇴와 더불어 에너지위기를 겪고 있어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문제는 미국의 경제적 이익에 반한다" 면서 거부방침을 거듭 밝혔다.

회담 후 부시 대통령은 "회담 전에 참모진으로부터 슈뢰더 총리의 성격이 직선적이라고 전해 들었는데 사실인 것 같다" 면서 양자간에 적지 않은 마찰이 있었음을 간접 시인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NMD체제와 관련, "우리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다른 동맹국들을 지킬 수 있는 방어태세를 갖추기 위해 이를 추진하고 있다" 고 슈뢰더 총리를 설득했다. 그러나 슈뢰더 총리는 "아직도 많은 의문점을 갖고 있다" 면서 "그같은 계획이 가능한지, 그리고 이를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지, 누가 이 계획으로 보호되는 것인지에 대해 알고 싶다" 고 말해 NMD체제를 둘러싸고도 양국의 견해차가 적지 않게 표출됐다.

한편 뉴욕 타임스는 30일자 사설에서 "부시 행정부는 유럽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하며 유럽을 설득하지 못하면 앞으로 적지 않은 마찰과 갈등을 빚게 될 것" 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유권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