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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건국정원장 DJ 첫 보고] 오늘 민심지수 몇점일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청와대와 민주당 등 여권 핵심층은 30일 오후로 잡힌 신건(辛建)국가정보원장(http://www.nis.go.kr)의 첫 청와대 주례보고를 주시하고 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펼쳐보일 '블루 노트' (국정원장의 청와대 대면 보고서)에 辛원장이 국내.대북.해외정보를 어떤 비율로 배합할지가 국정원의 새로운 풍향계로 비춰질 것이기 때문이다.

25대 국정원장으로 취임한 辛원장의 국가 최고정보기관 관리의 출발은 '예보(豫報)정보론' 이다. 국정 흐름과 민심 동향을 적기에 수집.분석해 통치에 주름살이 가지 않도록 정보로써 국정을 보좌한다는 것이다.

辛원장은 지난 27일 취임 직후부터 의보재정 위기 등 정책 혼선과 관련한 역할 미흡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정책이 민심에 어떻게 반영되는지에 정보 역량을 집중했다면 통치의 부담을 사전에 차단했을 것이라는 게 辛원장의 판단" 이라고 말했다.

이전에 임동원(林東源.현 통일부장관) 전 원장의 보고 파일에선 대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답방 추진 등 남북문제가 앞쪽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문제는 대공정책실장 출신인 김은성(金銀星)2차장이 도맡다시피 했다.

취임사에서 辛원장은 "적확한 정보와 알맹이 있는 민심파악은 정확한 판단과 시의적절한 대응책을 이끌어낸다" 며 국내파트를 다시 틀어쥐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철통같은 안보▶정보기관으로서 대국민 무한책임▶국가원수에 대한 충정어린 보좌 등 세가지를 집무방침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피와 눈물, 땀밖에 드릴 게 없다' 는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연설을 빌려 "내가 앞장서 땀과 눈물을 국가에 바칠 각오인 만큼 여러분들도 따라달라" 고 강조했다.

국내파트 강화 분위기는 이미 내곡동 청사에서 감지되고 있다.

취임식에 참석했던 고참 요원은 29일 "취임식에서 6공 시절 서동권(徐東權), 5공 시절 장세동(張世東) 전 안기부장이 부임했을 때의 활기를 느낄 수 있었다. 물론 辛원장은 소리를 안내면서도 짜임새와 내실을 내세우는 스타일이어서 徐.張씨와 다르지만…" 이라고 전했다.

辛원장은 현 정권 들어 이종찬(李鍾贊).천용택(千容宅).임동원 원장에 이어 네번째 정보책임자다. 군 출신인 전임자들과 달리 특수부 검사 출신이다.

이 당국자는 "李전원장은 과거 안기부와의 차별화에 초점을 맞췄고, 千전원장은 과도기였으며, 林전원장은 대북업무를 중시했다" 며 "이제 국정원이 제자리를 찾을 것" 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국내문제에 비중을 두면서도 정치개입이라는 국정원의 과거 굴레를 피할 수 있는 황금분할을 어떻게 이뤄낼지는 辛원장의 숙제로 남는다. 한나라당은 이미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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