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리는 EBS '미래토크2000' 토론자 선정 모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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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인문.사회학적 쟁점을 다룬 토론 프로인 EBS '미래토크2000' (사진)이 다음달 1일 밤 9시50분 아나키즘에 대한 토론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1999년 9월 5일 첫 방송을 내보낸 이 프로는 새 천년을 맞아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해보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당초 6개월 예정이었으나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거워 1년 연장됐다.

황인수PD는 "토론의 소재가 다 떨어졌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프로그램을 폐지하게 됐다" 고 밝혔다.

'미래토크2000' 은 주제별로 2020년의 상황을 가상으로 설정한 '가상뉴스' 를 보여준 뒤 참석자들의 논의를 이끌어 내는 식으로 진행됐다. 예를 들어 '노동조합은 사라지는가' 편은 "자동화로 인해 노동자들이 대폭 줄어 최대 규모의 조합원을 자랑했던 자동차 노조가 해산됐다. 전세계 비정규직의 네트워크가 결성됐다" 는 식으로 상황을 설정하는 것이다.

가상뉴스는 '미래의 아이들, 어떤 교사에게 배우게 될까' '외모가 권력이다' '인권은 새로운 세계 종교가 되는가' '영어가 세계 공용어가 될까' 등의 주제가 현실과 동떨어진 게 아님을 알려주는데 효과적이었다.

그리고 토론자 선정에 성공했다는 게 이 프로의 가장 큰 미덕이다. 매회 네 명씩 77회를 거치며 3백여명의 전문가가 출연했다. 대부분 40대 소장 학자로 대중에 알려지진 않았지만 깊이있는 논리와 조리있는 말솜씨가 돋보였다는 평이다.

이같은 성공엔 제작진이 교수.박사과정 대학원생 등으로 자문단을 구성한 게 주효했다. 자문단이 관련 분야 전공자 중 논리적이고 학문적 깊이가 있는 인물을 1차로 선정하면 방송작가들이 직접 전화를 걸어 이야기를 나누며 방송에 적합한 언변을 갖췄는지 평가했다.

제작진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은 40대 이하의 참신한 인물을 원칙으로 했으며 공무원의 경우 국.실장급보다 실무를 맡은 사무관.서기관급에서 골랐다" 고 말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토론 프로에 재미를 더하는 논리적 말싸움이 부족했던 점이다. 진행을 맡았던 서강대 김영수(사회학)교수는 "원래 기획의도 자체가 해당 주제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고 다양한 입장을 제시하자는 것이어서 대결 구도를 피했다" 고 설명했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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