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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도 질병별로 '클리닉 시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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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틈새시장을 잡아라. '

병원마다 환자 유치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특수 환자층을 겨냥한 전문화된 클리닉이 속속 선을 보이고 있다.

내과.산부인과.정신과와 같은 과(科)분류는 이젠 옛말. 질환을 세분화한 클리닉은 물론 톡톡 튀는 이름의 이색 클리닉까지 등장해 바야흐로 클리닉 홍수시대를 맞고 있는 것. 클리닉의 장점은 특정 질환에 걸린 환자들이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클리닉도 잘 찾으면 자신의 질병과 관련된 전문의사를 만나 치료만족도를 높이는 계기가 된다.

◇ 질병을 쪼개고 나누고〓클리닉의 개설 목적은 같은 질병의 환자를 모으는 것. 따라서 질병 이름을 앞에 붙인 클리닉이 가장 많다. 갑상선클리닉.뇌하수체클리닉.고혈압클리닉 등이 그것이다. 요즘은 질환을 더욱 세분화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예컨대 신촌세브란스 호흡기내과는 폐결핵.폐종양.만성폐질환.흉통.만성기침.폐암조기진단.희귀폐질환 등 9개의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고려대의대 구로병원 정형외과에서 운영하는 엉치뼈클리닉과 흉부외과의 오목가슴클리닉도 마찬가지.

삼성서울병원은 어렸을 때 선천성 심장병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성장하면서 특수치료가 필요하자 이들만을 위해 청소년.성인선천성클리닉을 개발했다.

또 인제대백병원은 심장병이 생길 가능성이 있는 예비환자들에게 운동평가와 운동치료를 해주는 심장재활클리닉을 개설했다.

◇ 톡톡 튀는 아이디어들〓삼성서울병원의 아티스트클리닉은 악기를 전문적으로 연주하는 예술가들의 신체 이상을 전문적으로 진단.치료한다.

세브란스의 음성직업인 클리닉은 가수나 아나운서처럼 목소리를 직업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클리닉. 또 발을 많이 사용하는 무도인들을 대상으로 한 무용클리닉도 눈길을 끈다.

척추전문 우리들병원은 최근 댄스요통클리닉을 만들었다. 춤을 통해 허리운동을 함으로써 요통을 개선하고, 수술 후 빠른 회복을 돕자는 것이 목적.

심영기성형외과는 여성치질환자들이 남자의사에게 진료받기를 꺼린다는 점에 착안, 여성전문의가 진료하는 여성치질클리닉을 개설했다.

혜민병원의 골프클리닉은 스윙과 관련된 근육을 증진시켜 비(飛)거리를 늘려주는 것을 목표로 문을 열었다.

지난해 12월 타이거 우즈의 스승 부치 하먼이 운영하는 골프피트니스센터의 프로그램을 들여와 개설했다.

이밖에도 혈액형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해주는 서울대병원 혈액형클리닉, 강북삼성병원의 도박중독클리닉, 분당차병원의 노화예방 항산화클리닉, 인제대백병원의 식사장애클리닉, 인천중앙길병원의 발건강클리닉 등도 매우 특수한 환자를 위해 만든 것들이다.

◇ 치료방법으로 나눈 클리닉〓첨단 의료장비나 새로운 치료방법만을 가지고 클리닉을 운영하는 곳도 많다.

강북삼성병원 마그네틱요실금클리닉은 다양한 요실금 치료방법 중 마그네틱 자장을 통해 골반근육을 강화하는 의료기기를 이용하는 곳이다.

또 갑상선질환을 수술이 아닌 내시경으로 치료하는 갑상선내시경클리닉, 건선과 같은 피부질환을 치료하는 세브란스 피부과 광선치료클리닉 등도 치료방법의 특수한 노하우를 가지고 개설했다.

한방병원의 특성을 양방과 결합해 성공한 병원이 경희의료원이다.

동서신장병클리닉.동서구취클리닉.한방남성클리닉 등 13개 클리닉에서 양.한방 협진을 하고 있다. 이러한 클리닉 개설붐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아주대의대 이종찬교수(의사학)는 "클리닉은 전문화된 진료를 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질병 하나에만 집중함으로써 질병과 인간의 다양한 상관관계를 소홀히 해 자칫 가벼운 질환을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고 말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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