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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 뉴스 <81> 베스트셀러 심리학 책과 스타 저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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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요즘 서점가에선 심리학 전성시대입니다. 자기 자신을 더 알고 싶고, 가까운 사람들의 속내도 궁금하기 때문이겠죠. 일터에서 누군가의 말 한 마디에 받은 상처를 달래야 하기도 하고요. 사람들과 더 잘 소통하고 싶고, 마음의 안정을 찾고 싶은 바람이 엿보입니다. 최근 정신분석·심리학 분야에서 스타로 부상한 저자들과 그들이 쓴 심리학 책을 소개합니다. 현재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새로운 방향을 탐색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풍경도 살짝 엿볼 수 있습니다.

이은주 기자

흔들리는 서른 살, 멘토가 필요하다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2008, 갤리온
『심리학이 서른 살에게 답하다』 2009, 걷는나무

20대와 중년, 그리고 노년층 사이에 묻혀 있었던 ‘서른 살’ 안팎의 독자층을 콕 짚어 냈다. 『심리학이 서른 살에게 답하다』를 기획한 강수진(37·걷는나무 대표)씨는 이 책의 독자층을 정이현의 동명 소설에 빗대 ‘달콤한 나의 도시 시장’이라고 부른다. 강씨는 “과거에 서른 살은 일과 가정을 꾸리기에 여념 없는 나이였지만 요즘에는 취업난과 고용 불안에 시달리며 불확실한 미래에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한다. 서른 살에게 멘토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책이 기획된 배경이다.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는 서른 살의 그들이 왜 외롭고 우울한지 분석했다. 저자가 첫 책을 내고 독자들을 만나 많은 질문을 받게 되면서 속편 『심리학이 서른 살에게 답하다』도 나오게 됐다. 독자들의 질문이 밀려들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평범한 자신을 사랑하고, 비록 삶이 쿨하지 않더라도 잘 보듬어 안으라”고 조언한다. 누구나 방황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구체적인 현실의 문제를 푸는 방법으로 불안과 두려움을 이겨 나가란다. 책은 “너, 여기 마음이 아프지?” 하고 짚어 내며 따뜻하게 위로한 저자의 필력과 서른 살 중반이던 편집자의 기획력이 잘 어우러진 베스트셀러다.

김혜남 1959년생. 고려대 의대 졸업. 국립서울정신병원에서 정신분석 전문의로 12년 근무. 현재 김혜남 신경정신과의원 원장. 저서 『어른으로 산다는 것』(2006, 갤리온). 『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는 걸까』(2007, 갤리온).

행복과 재미의 가치를 돌아보기 시작하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2009, 쌤앤파커스

제목만 보면 심리학 책인 줄 알 수 없지만 저자는 독일에서 박사 학위를 딴 심리학자인 김정운(명지대) 교수다. 일상적인 에피소드 틈새에 심리학 얘기를 담은 에세이다. 신변잡기식 일화를 술자리 대화처럼 가볍게 풀어 놓아 ‘문화심리학’이라는 책 뒤의 든든한 골격을 눈치 못 채고 웃음을 터뜨리며 책장을 넘기게 된다.

저자는 그런 지적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행복과 재미의 가치를 강조하는 것, 그게 이 책의 주제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2003년 서점가에 『아침형 인간』 열풍이 몰아쳤을 때 『휴테크 성공학』을 내놨다. ‘개미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라’ ‘휴식이 창의력의 원천이다’고 외쳤지만 당시엔 ‘아침형 인간’에 밀렸다. 김 교수는 “모두들 성공, 성공하는데 그 성공의 내용이 뭐냐고 묻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는 책에서 한국 사회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로 ‘사는 게 재미없는 남자들’을 꼽는다. 행복해지려면 행복을 구체적으로 정의하라고 조언한다. 사소하지만 즐거운 일상의 ‘리추얼(ritual)’을 강조하며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위해서라면 우선순위를 재정비하라”고 말한다.

책에는 그의 친구와 지인들이 교수·기업 대표 등의 지위에도 불구하고 실명으로 등장하는 게 특징. 저자는 “가식 없이 쓴 것이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고 스스로 평한다. 30~50대 남성을 겨냥해 썼다는데 여성 독자들의 호응도 크다.

김정운 1962년생. 고려대 심리학과 졸업. 독일 베를린 자유대 문화심리학 박사. 명지대 교수. 저서로는 『휴테크 성공학』(2003, 명진출판), 『노는 만큼 성공한다』(2005, 21세기북스), 『일본 열광』(2007, 프로네시스) 등이 있다.

커피숍과 편의점에서 프로이트를 만나다

『도시의 심리학』 2009, 해냄
『개 같은 성질 한 방에 보내기』 2010, 여백

전혀 다른 두 사람이 쓴 것처럼 성격이 다른 두 책. 하지만 저자는 같은 사람이다. 『도시의 심리학』은 마치 현미경 렌즈로 일상을 훑어 내듯 도시의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시선이 두드러진다. ‘소통’ ‘자아’ ‘욕망’ ‘관계’라는 네 가지 키워드로 우리 사회를 예리하게 분석한 고급 에세이다.

이를테면 폭탄주를 돌려 마시는 것을 가리켜 저자는 “평등을 가장한 집단적 압력의 표현”이라고 말한다. 모두가 툴툴거리면서도 평등함과 공정함이란 이름으로, 심지어 술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강제한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우리는 폭탄주를 마시며 어딘지 모르게 불안하단다. ‘우리는 하나’라며 동질성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친밀함’과 ‘개인의 정체성 유지’라는 딜레마에 흔들리며 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 밖에도 ‘자판기 커피’ ‘사주카페’ ‘24시간 연중무휴’ ‘지름신’ ‘와인 한 잔이라는 말’에 담긴 사회·문화적 함의를 흥미진진하게 풀어 간다.

한편 『개 같은 성질 한 방에 보내기』는 여러 유형의 고민에 대한 실천 가능한 처방을 담았다. 저자에 따르면 ‘마음의 처방전’이란다. 후배와 동료, 직장 선배와 겪는 갈등, 연인과 가족 문제 등 주로 관계를 다루고 있다.  

하지현 서울대 의과대 졸업. 용인정신병원 정신의학연구소 근무. 현재 건국대 의과대 교수. 저서 『관계의 재구성』(2006, 궁리), 『당신의 속마음』(2007, 마음산책), 『소통의 기술』(2007, 미루나무) 등 다수.

속마음 탐구생활 … 까칠해도 좋다 명쾌하게 말해 다오

『위험한 심리학』 2009, 청림출판

MBC ‘무한도전’에 출연해 멤버들의 심리를 분석해 온 송형석 원장. 흔한 의사 선생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1월부터 순정만화잡지 ‘Wink’에 카툰을 연재하고, 의사 밴드 ‘Aside’에서 드럼과 신시사이저를 맡고 있다. TV에 등장해 연예인들을 웃게 하는 입담도 수준급.

이 책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사람의 말투나 행동에서 심리와 성격을 분석하는 기술을 소개한다. 말하자면 아주 작은 단서를 갖고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재구성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 주는 것. 성격을 꿰뚫어 보는 듯한 날카로운 분석 내용도 흥미롭지만 TV 프로 ‘남녀탐구생활’의 내레이션처럼 특정한 상황에 놓인 캐릭터의 내면 묘사가 강점이다.

까칠한 자신의 내면까지 보여 줄 정도인 직설적 화법이 통쾌하다. 이런 식이다. “나는 평소 세상에는 세 가지 타입의 사람이 있다고 말한다. 좋은 놈, 나쁜 놈, 짜증 나는 놈. 앞의 두 사람은 참 편한데 마지막 놈이 항상 문제다. 이놈들은 자기가 좋은 놈인 줄 알거든.”(244쪽), “이 부류는 대개 좋은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참 마음에 들지 않는 스타일이기도 하다. 겉모습은 평온함과 미소로 위장하고 있지만 속은 연약하기 짝이 없어서….”(241쪽), “이제 히스테리성 남자를 다루는 여자로 넘어가 보자. 어떻게 해야 할까? 음…. 웬만하면 포기해라.”(136쪽)

코믹만화 캐릭터 같은 저자의 개성 때문일까. 20대 여성 독자층이 가장 많은 저자로 손꼽힌다.

송형석 고려대 의대 졸업. 청소년 가운데 주로 문제 학생을 상담해 왔다. 선생님들이 추천하는 의사로 알려져 있다. TV와 라디오에 출연하며 성격 분석과 심리 상담을 해 주고 있다.

[그 밖에 주목해야 할 심리학 책들]

『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
이시형 지음, 중앙북스, 2009

심리학 서적이라기보다 뇌과학적 근거를 전면에 내세워 공부와 노력의 동기를 촉발하는 데 초점을 맞춘 자기계발서에 가깝다. 저자는 나이가 들수록 머리가 굳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좋아질 수 있다며, 두뇌가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알고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대 심리학』
곽금주 지음, 랜덤하우스, 2008

서울대 인기 강의로 꼽혀온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의 ‘흔들리는 20대’를 책으로 엮은 것. 문학·영화·드라마 속 이야기, 실제 상담 경험을 통해 20대가 겪는 고민과 문제의 원인을 설명하고, 20대를 현명하게 보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프레임』
최인철 지음, 21세기북스, 2007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에 관한 책. 저자인 최인철 교수(서울대)가 우리의 착각과 오류·오만과 편견·실수·오해가 어떻게 ‘프레임’에 의해 생겨나는지를 설명하고, 프레임 이해를 통해 마음을 경영하라고 조언한다.

『행복한 선물, 옵티미스트』
채정호 지음, 매일경제신문사, 2006

행복 습관을 들이면 ‘불행 유전자’를 가진 사람도 훈련을 통해 행복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옵티미스트의 첫째 조건은 자신의 인생을 변화시킬 주인공이 자신임을 아는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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