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세대여! 우리 음악 즐겨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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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세 동갑내기 네 명으로 결성된 록 밴드 ‘소금과 후추’가 연습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베이스 석호씨, 드럼 이중호씨, 보컬 진용씨, 객원기타 김훈용씨. [조용철 기자]

“중년 세대가 즐길 만한 음악이 너무 없어요. 그래서 아예 직접 만들어서 즐기기로 했습니다.”

환갑을 바라보는 동갑내기 네 명이 록밴드로 뭉쳤다. 올해로 59세. 석호(베이스·대학교수), 이중호(드럼·무역업), 진용(보컬·기타·환경경영연구소장), 김훈용(객원 기타·무역업) 씨 등으로 구성된 ‘소금과 후추’다.

이 밴드는 경기·경복고, 서울·한양대 등을 졸업한 동창생으로 이뤄진 아마추어 그룹이다. 5년 전 취미로 음악을 시작했다가 지난달 첫 앨범을 냈다. 특히 독도를 홍보하는 영어 노래 ‘두 유 노우 독도(Do you know Dokdo)’를 만들었다. 1절은 영어로, 2절은 우리말로 불렀다. ‘우리는 독도를 사랑하고 독도는 우리 땅이다’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첫 음반을 낸다면 꼭 독도 얘기를 해야겠다 생각했어요. 사회의 어른으로서 책무 같은 것이기도 하고요. 외국에서도 불렸으면 하는 바람으로 영어 노래로 만들었습니다.”(석호)

이들의 음악은 강한 비트의 록을 기본으로 한다. 현란한 기타 애드리브와 단단한 드럼 연주 솜씨를 자랑한다. 지난해 20~30대 젊은 록 밴드들이 대거 참여하는 록 페스티벌 무대에도 올랐을 정도다. 하지만 각자 생업을 병행하면서 음악 활동을 하는 게 쉬운 건 아니었다. 5년 전 술자리에서 밴드 결성을 결의한 뒤 일주일에 한 번, 세 시간씩 꼬박 연습을 해왔다.

“생활에 쫓기면서 잊어버렸던 음악에 대한 열정이 꿈틀거렸어요. 대단한 음악은 아니겠지만 우리 또래가 청년기 때 들었던 록 음악을 다시 즐길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했습니다.”(이중호)

첫 앨범엔 모두 다섯 곡이 실렸다. 보컬을 맡은 진용씨가 작사·작곡을 도맡았다. 타이틀 ‘Do you know Dokdo’를 제외하곤 대부분 50~60대 장년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곡들로 채워졌다. 두 번째 타이틀 ‘이대로 끝은 아니야’는 실직이나 사업 실패로 고통 받는 아버지들의 심경을 담은 노래다. 첫 사랑의 아련한 기억(‘빗줄기 되어’)이나 오랜 동창을 추억하는 노래(‘오라 친구들아’)도 있다. 앨범 활동을 꾸준히 해 환갑 기념 콘서트를 내는 게 이들의 목표라고 한다.

“전문 음악인으로 살 능력은 없지만 위문 공연 등을 통해 우리 음악을 사회에 기여하는 도구로 사용하고 싶습니다.”(진용)

록 음악에 빠져든 네 명의 아버지들. ‘음악은 인생의 조미료’라는 뜻에서 ‘소금과 후추’란 이름을 붙였단다. 이들은 첫 앨범의 수익금을 독도수비대를 후원하는 데 사용하기로 했다. 

글=정강현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영상=김경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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