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집권 1년 '강한 러시아' 성공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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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강한 러시아의 부활을 내건 블라디미르 푸틴이 러시아 대통령에 당선된 지 26일로 1년이 됐다.

지난 1년 동안 푸틴은 전임 보리스 옐친 대통령 통치기간 중 무기력하며 부패한 나라라는 러시아의 이미지를 일신시켜 새롭고 활력이 넘치며 질서가 잡혀가는 나라로 변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푸틴의 1년을 분야별로 살펴본다.

◇ 국내정치〓옐친 말기 러시아는 대통령이 89명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방 정치지도자들의 권력이 막강했다.

지방지도자들은 주민들의 자치열망을 교묘히 활용, 자신들의 권력확대에 열중했고 이들과 소수 과두재벌(올리가키)의 지지를 통해 2기 연임과 권력유지에 열중하던 옐친은 지방의 분권적 경향을 제어하지 못했다.

체첸전쟁, 타타르스탄의 독자헌법 채택, 연해주의 반발 등은 이런 분위기를 상징하는 것이었으며 국민들의 불만이 대단했다.

푸틴은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복종하라. 그렇지 않으면 파괴하겠다" 는 강경 일변도의 정책을 구사, 이들의 반항을 잠재웠다.

그는 최우선적으로 체첸에 최대 규모의 병력을 파견해 그로즈니 등 주요 도시를 사실상 초토화했다. 또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지방지도자들은 선거부정이나 독직 등을 이유로 자리에서 쫓아내거나 협박하는 방식으로 굴복시켰고 전국을 7대 관구로 재편해 총독을 파견, 직접통치를 강화했다.

◇ 경제〓푸틴은 옐친에 비해 운이 좋았다. 옐친 치하에서 경기가 저점을 지난 데다 15년 이상 지속되던 저유가 시대가 종식되고 고유가시대가 도래했던 것이다.

세수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에너지 부문의 활황과 루블화 평가절하에 따른 수출경쟁력 회복에 힘입어 푸틴은 ▶연금체불의 해소▶교육 및 방산업체에 대한 투자증액▶13%대 일률 소득세제를 도입했다. 또 권력과 유착돼 막대한 부를 축적, 국민들의 불만을 샀던 보리스 베레조프스키와 블라디미르 구신스키 같은 재벌들을 협박, 사실상 이들을 망명시켰다.

◇ 외교〓푸틴은 독립국가연합(CIS) 및 유럽을 중시하고 옛 소련의 동맹국가들과의 유대를 강화하며 지정학적 중요성을 강조하는 외교정책을 추진했다.

북한.쿠바.베트남.이란 방문은 이런 원칙에서 이루어진 것들이었으며 중국.인도와의 전략적 동반자관계 구축 추진은 미국에 대항하기 위한 전략적 고려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러나 푸틴의 정책이 러시아인들의 자존심을 채워주는 대신 대립적 정책을 사용함으로써 서방과 불필요한 긴장을 초래한다는 비난도 있다.

특히 국가미사일방위(NMD)체제 구축을 강행하려는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동진, 유럽연합(EU)의 확대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러시아는 지난 10여년 동안 서방과 유지해온 협력의 효과를 상실하고 다시 고립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김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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