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열린 마당] 송복교수 '제왕의…' 칼럼 문제 있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송복 교수의 시평 '帝王의 난파선'을 읽고 같은 학문 전공자로, 또 독자로서 다섯개의 토론쟁점을 제기하고자 한다.

첫째, 이 시평의 여러 개탄 가운데 한 보기로 '6.15 이후 보여주는 이념갈등' 과 '우리 내부의 남남갈등' 이 '모두 정부 정책의 실패 탓' 이고 '대통령의 정치행태' 때문이라고 단언했는데 우리 사회에 뿌리가 강한 보수세력의 저항과 지역감정이 큰 몫을 한 것도 사실 아닌가.

둘째, 국민이 오늘날 '그렇게 열심히 일해야 하는 이유는 오직 하나, 실패한 정부의 실패한 정책에 세금을 대기 위해서' 라고 했는데, 상식과 이성을 갖춘 독자로서 이런 주장을 과연 받아들일 수 있는가.

셋째, 1990년대 이전과 이후의 대통령을 비교하면서 이전의 대통령들은 '소대장이든 중대장이든 관리를 해 본' 경험이 있어 국가를 관리할 능력이 있는 반면, 이후의 대통령들은 '투쟁경험밖에 없는 사람' 이기에 능력이 없다고 주장하는데, 민주화 시대의 통치여건이 과거와 현저히 다른 점도 있지 않은가.

그리고 이것이 과연 정치사회학 전공학자로서 독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양질의 지식 서비스인가. 넷째 '지금 언론에서 비판의 소리는 적이 되고 반대의 소리는 악으로 낙인된다' 고 하는데 과연 그러한가.

주요 중앙 일간지들을 보면 오히려 반대가 사실에 가까운 것 아닌가. 다섯째, 조선조 간관(諫官)제도를 언급했는데, 그 훌륭한 제도가 17세기 이후에는 당쟁의 도구로 전락하지 않았던가.

우리는 오늘날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 의 한계와 정부 정책의 실패를 비판하면서도, 정조대왕이 그랬듯이, 우리 사회에 심화되는 당쟁의 징후들을 염려하고, 혹시 언론이 부지불식간에 그 도구로 작용하는 면은 없는지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는 없는가.

한상진.서울대 교수(사회학)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