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기 왕위전] 최철한-양재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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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梁9단, 44의 망치로 뒤통수 얻어맞다

제3보 (39~48)=39가 梁9단의 노림수. 이것으로 귀에는 사활을 건 패가 났다.

"공짜로 패가 난 거나 같다. 백으로선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 (崔3단)

- 그렇다면 왜 미리 지키지 않았나.

"한수 지키면 좀더 확실히 불리해진다. " (崔3단)

40으로 때리고 41 다가서자 崔3단은 즉각 42로 파고들었다. 梁9단의 심정은 이때 묘했을 것이다. 귀의 생사는 줄잡아 50집. 백은 황급히 가일수하기 바쁠텐데 거꾸로 치열히 대들고 있다.

이때 梁9단이 무심하게 43(흑▲)에 때린 것은 뭐라 설명해야 옳을까. 43은 올가미에 걸려든 수였다. 백이 절망적으로 내민 미끼를 덥석 문 수였다. 순간 흑은 정점에서 깊은 바닥으로 단숨에 추락하기 시작했다.

43은 '참고도' 흑1에 머리를 내민 다음 패를 계속해야 했다. A, B 등 팻감도 많고 무엇보다 백은 변신의 기회를 잡을 수 없다.

崔3단이 귀를 잡아가라며 44로 꽝 씌웠을 때 梁9단은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귀는 잡으려면 앞으로도 두 수를 더 두어야 한다. 모두 세 수를 들여 50집을 얻는 셈이다.

44는 몇 집의 가치가 있을까. 무조건 20집은 넘는다고 한다. 백은 이제 두 수 들여 20여집만 챙기면 가볍게 본전이다.

'참고도' 처럼 슬슬 패를 하고 있으면 백의 괴로움은 무한할텐데 흑은 44 한방으로 백을 해방시켜 주고 스스로 번뇌의 늪에 빠져들었다. 패는 참으로 요물이다(43, 48은 패때림).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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