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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애·이미연 충무로 대표주자 '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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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심 은하.전도연.고소영의 트로이카 체제가 깨졌다. 심은하는 영화 '인터뷰' 이후 얼굴을 내밀지 않아 은퇴설까지 나돈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와 '하루' 에 각각 출연한 전도연.고소영도 영화가 별로 빛을 보지 못해 잠시 주춤하고 있다.

이 틈을 타고 이영애(31)와 이미연(30)이 '제2의 전성기' 를 맞으며 충무로 대표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여배우로는 '고령' 인 서른을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최근 영화 뿐 아니라 음반.방송 분야에서도 새 영역을 개척하는가 하면, 연기 또한 갈수록 맛을 더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이미연의 경우 이혼 발표 이후 오히려 주가가 올라가고 있는 점이 의외로까지 받아들여진다. 충무로 관계자들은 전지현.하지원 같은 20대 초반 배우 외에 20대 중반의 여배우가 두드러지지 않은 것도 두 배우가 주목받는 배경이라고 분석한다.

'산소같은 여자' 란 별명을 얻으며 TV에서 빛을 발하던 이영애는 '인샬라' (96년)로 스크린에 얼굴을 내밀었을 때 연기력이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을 들었다. 한참 신중을 기하다 선택한 '공동경비구역 JSA' 에선 스위스 장교역을 맡았지만 영화의 호평과 달리 이영애의 연기에 대해선 '글쎄' 란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그러나 최근작 '선물' 에선 화장기 없는 진솔한 얼굴로 영화의 부족한 점을 이영애가 메웠다는 호평을 들었다. 그녀는 현재 '8월의 크리스마스' 를 연출한 허진호 감독의 두번째 작품 '봄날은 간다' 촬영에 임하고 있다. 이혼녀와 연하 남자의 사랑얘기를 다룬 멜로로 유지태와 호흡을 맞춘다.

영화뿐 아니라 CF에서도 꾸준히 활약해온 이영애는 최근의 인기에 힘입어 현재 전파를 타고 있는 CF가 7개나 된다. 최근에는 SBS '이영애의 달콤한 선물' 의 단독 진행까지 맡아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다는 소리를 듣는다.

이영애보다 영화계 선배격인 이미연은 89년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에서 현실에 절망한 나머지 자살하는 소녀 역으로 선을 보여 인기를 끌었다. 이미연은 당시 김혜수.채시라와 함께 하이틴 스타로 각광받으며 최고 인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결혼 이후 '유부녀' 란 딱지 때문에 2년 가까이 작품 제의가 들어오지 않는 '고초' 를 겪었고 이후 '넘버3' (97년) '내 마음의 풍금' (99) 등 화제작에 나왔지만 돋보이는 주연이 아니었다.

그러다 지난해에는 이혼이란 시련도 맞았다. 하지만 아픔을 툭툭 털고 '물고기 자리' 에서 돋보이는 연기를 보여 지난 12월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차지하더니 1월에 발매한 노래 모음곡 '이미연의 연가' 는 음반시장에서 god 아성을 무너뜨리며 지금까지 모두 75만 세트(3백만장) 판매를 기록하는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연가' 는 이미연이 고른 68곡을 CD 4장에 담은 발라드 편집 앨범이다.

4월 개봉을 앞둔 '인디언써머' 에서 박신양과 호흡을 맞춘 이미연은 곧바로 배창호 감독의 '흑수선' 팀에 합류해 열일곱편째 영화에 도전한다. '흑수선' 은 80년대에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배감독이 이정재.안성기 등을 캐스팅해 제작하는 대작이라는 점 때문에 벌써 관심을 끌고 있다.

영화사 시네월드의 정승혜 이사는 "단번에 스타로 부상한 신세대 스타들과 달리 이영애와 이미연은 방송과 영화에서 탄탄한 기본기를 쌓고 서른이 넘어 빛을 발하는 새로운 유형의 여배우들이다" 라고 말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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